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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김안젤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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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자그마치 17년동안 폭식증을 앓고 있는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여유롭게 받아들 일 수 있는 마음까지 생기고 나서 완성한 글이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겪었던 섭식장애의 경험을 기록하여 저자와 같은 이유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그의 가족들이 조금 더 환자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혹시 " 프로 아나"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가?

프로 아나 (Pro-Ana)는 찬성자, 찬성론을 뜻하는 영어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영어 " anorexia"의 합성어이다. 일종의 거식증을 지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프로아나를 동경하는 이들을 "프로아나족"이라고 한다.

이해하기 힘들다면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마른 상태를 동경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뼈에 겨우 살가죽만 붙어 있는 상태말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20대를 폭식증으로 괴로워했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제 1장 - 폭식증을 앓다.


15살 부터 저자는 살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어트 중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식사량을 줄이는 게 힘들어 운동량을 늘렸더니 건강한 돼지가 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한 이후로는 식품 영양에 대해 공부도 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가 얼마인지 어떤 성분인지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머릿속으로 오늘 먹은 음식들의 칼로리를 합산한다. 그러면서 초절식 식단을 하게 된다.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한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녀는 어느날 극도의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장 한 봉지를 미친듯이 먹어댔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과자였고 제일 행복했다. 그러고는  이내 자책감에 빠져 집에 오자마자 목구멍 안으로 손을 넣어 게워냈다.

폭식증은 보통 폭시- 구토 - 자기 혐오라는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혐오가 다시 폭식을 부르며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의 반은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 나머지 반은 먹은 것에 대한 후회로 채워졌다. 음식에 중독된 것이다. 아니 음식에 휘둘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제 2장 - 섭식장애와 함께 오는 것

 


 

섭식장애에서는 거식증 환자를 주기적으로 폭식하는 폭식형 거식증과 계속적으로 음식을 절제하는 절제형 거식증 두가지로 구분된다. 폭식형 거식증 환자들은 발병이전에 체중이 많이 나갔을 확률이 높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등을 남용한다. 또한 폭식형 거식증 환자는 절제형 거식증 환자에 비해 더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며 행동을 통해 충동을 발산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저자는 1년동안 폭식증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상담치료에 앞서 진단을 위해 많은 양의 검사를 하고, 검사를 토대로 환자를 진단한다. 섭식장애를 치료하기 우해서는 꼭 병원에 가야 한다. 

저자는 검사결과 우울증 단계에서도 위험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밝고 적극적인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딱히 우울하다고 느끼지 않았기에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순간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우울감이 밀려온다.

나는 뱁새였다. 황새를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말이다.

황새가 되고 싶어 살을 뺐다. 노력했다. 외모는 황새와 비슷해졌을지 모르지만 나의 내면은 여전히 뱁새였다.

열등감은 외모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부정해왔지만 결국 나는 뱁새였고 내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p95)

 

제 3장 - 아름다운 몸은 누가 정하나요? 

 


 저자는 헐리우드의 올슨 자매나 페리스 힐튼과 함께 프로그램에 나와 인기를 얻었던 니콜 리치처럼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몸매를 가진 사람들을 추종하게 됐다. 꾸준한 운동으로 잡힌 탄탄한 근육이 아니라 깡 말라서 온 몸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몸.

아마도 잘못된 자신의 외모 강박증이 마르다 못해 뼈말라. 개말라 라는 표현까지 만들어 버린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 까지 하다. 

내가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나를 조롱했다.

"뚱뚱해", "엉덩이 좀 봐", "팔뚝살 어떻게 할래?", "못생겼어" 그 기준은 시시때때로 변했다. 

전쟁이 시작됐다. 거울 속 나와의 전쟁. 끝나지 않는 전쟁 (p122)

 

제 4장 - 내 안에서 자란 원망과 아픔

 


 

원인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섭식장애의 원인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폭식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 전체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상처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태생의 저자의 시대는 체벌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가정에서도 사랑하면 매를 대라는 말도 있었고,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아예 사랑의 매라고 했으니 말이다.

또한 그녀의 가정 역시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잘못했기에 혼을 내고 매를 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는 낳는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고백한다.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자식을 키웠다는 것을 안다고, 하지만 엄마의 최선이 그녀에게도 최선은 아니었다고, 폭식증은 과연 아빠 때문일까? 아니면 엄마 때문일까? 의문하지만 내 주관적 견해로 본인의 잘못인 것 같다. 

살아보니, 내가 스스로를 싫어했던 것은 사실 스스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자의식 과잉이었다.

나에게 너무 집착했다. 그냥 나를 좀더 무심하게 두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P193)

 

제 5 장 - 극과 극을 오가며 나만의 균형 찾기


 

정신과 상담을 그만두었다. 더는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만난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된다는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유학을 가고 또 포기를 하고 데이트 폭력을 휘두르는 두번째 남자를 만나고 다시 귀국해서 대학교를 복학하고....

이렇게 그녀는 아픔과 기쁨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깨달았다. 더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로. 더이상 남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으로 스스로를 갉아 먹지 않으며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는다.

외면을 바꾼다고 내면이 바뀌어 지는 것은 아니다. 기나긴 폭식증을 겪으며 비로소 균형을 찾아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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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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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그리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12살의 나이에 좋은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하는 아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하고 싶은 거 많고 궁금한 거 많은 그 시절,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하고픈 나이이지, 착하게 좋은 사람으로 자라야지 라고 말이다.

역시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아마도 주인공 엘리의 환경은 그 어린 아이를 어쩌면 그다지 어리지 않은 한창 사춘기를 겪을 지도 모르는 나이의 아이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일단 사는 지역부터 아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에는 다소 불안정했다. 물론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우리옛말도 있지만, 그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을 뜻하지 인격적인 의미는 다소 떨어진다. 엘리가 사는 동네는 이민자들과 마약 거래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와 새아빠 라일은 마약 거래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고, 그들 역시 마약 중독자이다.

 

하는 일이라곤 책 읽고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아빠.

한때 변호사를 꿈꿨지만 마약에 빠진 엄마

말을 잃고 허공에다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형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한 장본인 혹은 엄마의 구원자 새아빠.

전설의 탈옥왕이자 베이비시터인 이웃 할아버지.


 

등장인물들을 보라. 어디 하나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결단코 아주 악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환경에서도 엘리가 버텨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각자 나름 대로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슬림 할아버지와 형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 형은 6살 이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그저 하고픈 말을 의미를 담아 허공에 손으로 그려댈 뿐이다. 그는 텅 빈 곳으로 오른손 검지르 쭉 뻗어 글자와 문장을 휘두르고 긋고 쓰며 메모와 감상과 일기를 남긴다.하지만 그가 그려대는 그 메세지는 이 이야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형을 엘리는 사랑한다. 형은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낫다. 더 강하고, 더 아름답고, 얼굴 전체가 매끄럽다. 달 웅덩이 속의 얼굴처럼 매끄럽다 고 표현한다.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소년. 우주를 삼키다. 케이틀린 스파이스


 

- 슬림할아버지는 전설의 탈옥수지만 엘리와 엘리의 형에게는 좋은 친구이다. 택시기사를 45구경 콜트 권총으로 잔인하게 때려 죽인 죄로 그는 "택시 기사 살인범"이라 불렸다. 하지만 엘리가 만나 슬림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같았다. 그는 할아버지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만약 할아버지가 살인자라면 지하 독방에 갇혀 버티지 못했을 거다. 할아버지는 인생의 절반을 감방에서 보내놓고 살인범이냐는 엘리의 질문에도 픽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할아버지 역시 엘리가 고작 12살이지만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운전을 가르치고 남자가 남자를 강간하는 이야기까지 해주기도 한다. 슬림할아버지는 온몸 구석구석에 암이 퍼져 마지막을 병원을 수없이 들락거려야만 했다. 엘리 역시 시간이 나느 대로 병문안을 가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엘리를 돕는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에 잠입하는 것을 도운 그는 이런 메세지를 남겼다.

"시간에 당하기 전에 시간을 헤치워버려. 너의 영원한 친구. 슬림"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아는 건 할아버지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다.

어둠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경찰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간수들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창살도, 독방도, 블랙 피터는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 내 생각에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같아요. 할아버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기 원에 못 미치면 살인자라고 소리도 질러대는 어린아이 엘리.

 

이야기의 흡입력은 성장소설이라기 보다 하나의 범죄스릴러 물 같았다.

하긴 주인공 엘리의 꿈이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였으니 어쩔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는 스포가 될 것 같아 남기지 않지만, 그 흡입력은 엄지짱이다.

12살에서 19살이 되면서까지 엄청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가령 검지 손가락이 잘린다던지, 엄마가 교도소에 들어간다든지, 칼에 찔리다든지. 의문의 벙커와 빨간 전화기.

마지막에는 읽으면서도 소름이 끼치고 역겹고 잔인하고 믿기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고, 때때로 조금 망상적인 부분도 없지 않은 느낌이었다.

7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읽으면서 성장 소설이라고 느낀 부분은 아마도 다 읽고 나서의 내 감정인 것 같다. 그만큼 짜임새와 구성이 탄탄한 소설이고,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하지만 결국에 정의는 이긴다. 정의롭게 되기까지 지켜준 나름대로의 믿음과 사랑들이 고맙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실컷 두둘겨 패놓고는 우는 엘리에게 새아빠 라일아저씨는 말해주었다. 


아마 이것이 그의 방식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마약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며칠간 갇혀 몸부림 치고 나와서도, 교도소에서도, 다시 만나서도 말한다. 

"우리 다 같이 안자"   

그리고 형 오거스트는 속삭인다.

"괜찮을 거야. 엘리 괜찮을 거야. 넌 돌아와. 항상 돌아오니까."

 

출판사로 부터 책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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