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스
이승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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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르고스는 100개의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감시하는 거인이다. 그때는 형체라도 있었지, 오늘날에는 김해 스마트 물류센터의 AI 아르고스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애써 자신이 그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걸 모른채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수상할 정도로 잠을 자지 않고 교대도 거부한 채 노동자들,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모두를 보고 있는 AI 아르고스. 사람을 감시하는 존재로서의 AI는 이제 제법 흔해진 소재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재밌다. 하고자 하는 말이 뚜렷해서 소재들을 조금 장치로 쓴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는 느꼈지만... 재미가 있어서 너그럽게 넘어가게 됐다. 

김해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엔 자의로 잠을 자지 않는 선택을 받아들인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며 그들은 기뻐하고 서로를 축하해준다. 그러나 점차 그들은 잠을 자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로 변해간다. 주인공 '재일'은 모종의 사정으로 물류센터까지 밀려온 전직 의사다. 빚밖에 남지 않는 그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은 걱정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빚더미에서 탈출시켜줄 귀한 샘플이며 그조차도 주인공 또한 잠을 자지 않게 되며 노동자들은 점차 숫자로만, 대상으로만 그에게 남는다. 한편으로 잠과 꿈과 감정을 잃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그 모든 것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수아'가 있다. 로봇을 이용해서 일을 한다곤 하지만 로봇에 먹힌 것에 가까워보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수아는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수리공이다. 수아는 로봇에 지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들려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잠을 느끼게끔, 피곤하다는 상태와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 소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지라 아주 많은 분량이 나오진 않지만 묵묵한 캐릭터라 좋았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수아, 그리고 수아와 그들을 이용해야 자신이 사는 주인공 '재일'의 생각과 행보가 꽤 재밌었다. 전공이 전공이라 그런지 AI는 감지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느끼는 것, 그로 인해 조금씩 파괴되어가는 인간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를 '잠'이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것 같아서 하루만에 쓱쓱 재밌게 잘 읽었다. 영상화하면 꽤괜일 것 같다고도 느낌… 그 물류센터 모습이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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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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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며 자랐을 것이다. 아주 팬이었던 기억은 없지만, 나 역시도 만화책을 열심히 모았고 그 후속작? 같은 인물 소개 만화도 열심히 읽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까지 따라잡고 신화에 대한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산 지 어언 n년… 좋아하는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의 원작을 읽으며 다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얇은 희곡들만 읽던 가운데, 영화 <오디세이>의 개봉과 함께 <오뒷세이아> 붐이 불기 시작하며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국내에는 개봉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어쩌다가 <오뒷세이아> 극히 후반부,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온 이후의 일을 다룬 영화를 봤기에 그러한 호기심이 생겨났던 같다. 신화를 판타지와 어드벤처 쯤으로 생각하다가, 신화적인 요소를 제거한 전쟁을 겪은 인간의 고통을 그려낸 영화를 보며 인간은 신화를 만들어냈을까? 이런 내용의 신화를 만들어냈을까?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합쳐져 이번에야말로 <오뒷세이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거의 처음으로 서평단 신청을 해봤는데 우연히 당첨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 서평을 말만은 해야겠다고 결심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수많은횡격막 향연이 바로 그것이다.  전까지는 맥락에 따라 이성이나 인간의 내면과 같은 단어로 번역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원문의 어원을 살려 횡격막으로 번역하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횡격막은 숨을 필요한 신체적 기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품성을 주관하는 기관이기도, 때로는 사람의 기질을 반영하는 기관이기도 것이 재밌었다. 


차치하고, 한 영웅의 일대기보다는 고난을 수용하며 집으로 귀향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었다. 마치 유명한 이 구절과 같이 말이다. 


“참아라, 염통이여. 더 개 같은 다른 일도 넌 참아 냈으니,

그날에, 기세를 주체 못하는 퀴클롭스가 먹어 치웠을 때,

네 굳센 동료들을. 하지만 넌 견뎌 냈다, 너를 지략이 

석굴에서 꺼내 줄 때까지, 너는 죽겠구나 생각했지만.” (p. 640)


시간 상 전작에 해당하는 <일리아드>에서 오디세우스는 꾀를 발휘하는 모습이 강조된다. 실패하긴 했지만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는 모습이나, 트로이의 목마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모습 등이 그렇다. 물론 <오뒷세이아>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나기는 하나, 그보다는 신의 분노를 맞닥뜨리고도, 칼립소의 유혹을 맞이하고도 견디는 모습이 강조된 것이 좋았다. 


한편으로, <오뒷세이아>의 주인공은 오디세우스이긴 하나 그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전쟁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텔레마코스가 대표적이다. <오뒷세이아> 오디세우스의 귀향 이야기지만, <오뒷세이아>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집을 떠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길다. 황폐해진 이타카를 보고 분노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오디세우스의 전우였던 네스토르와 메넬라오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길게 묘사된다. 아버지의 부재 동안 아들은 성장했지만 아직은 미성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은 어떻게든 아버지의 존재 여부를 알아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있고, 그렇기 때문에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행방을 묻는 과정에 권을 할애한 아닐까 싶었다.  하나, 사실상 오디세우스가 집나가서 온갖 고생을 하게 만든 트로이 전쟁의 표면상의 원인이었던 헬레네에 대한 표현이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헬레네는슬픔을 없애고 담즙을 풀고, 모든 나쁜 일들 잊게 하는” (p.181) 약을 먹는다. 현대로 따지면 사실상 항우울제 수면제 아닌가 싶은데, 설령 전쟁의 원인이 여성이라 할지라도 전쟁의 상흔과 죄책감이 남았다는 묘사로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부재와 그로 인한 구혼자들의 구혼을 견뎌야 했던 페넬로페, 그리고 왕의 부재로 황폐화된 이타카와 궁정 식구들의 모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전쟁을 기획하는 극히 일부분의 사람에 비하여 전쟁이 가져다주는 고통의 범위와 깊이는 그에 비할 수도 없이 넓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천 년 전에 쓰인 서사시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오늘날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고전은 고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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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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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의 눈가리고 책읽는당 활동에 당첨되어 구병모 작가의 <버드 스트라이크>를 먼저 읽고 이렇게 서평을 남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루와 비오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남들보다도 큰 사랑으로 인하여 태어났다. 루는 전 시행의 숨겨진 자녀라는 신분 때문에 그의 아들인 휴고와 시 청사의 사람들에게서 홀대받는 존재였지만 어떻게 보면 기존의 혼인 관계를 넘어선 강렬한 사랑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이렇게 써놨지만 바람 옹호는 절대 아니다). 비오는 익인이지만 익인처럼 생기지 않아 익인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지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간과 익인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큰 굴레를 뛰어넘어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는 존재들 또한 사랑의 감정으로 그들을 지킨 것이었다. 루의 어머니 아마라는 비록 자식에 대하여 잘 몰랐지만 곁에 두고 지키는 과정에서 딸을 사랑하게 되었고, 비오의 양아버지 다니오는 인간의 아이를 임신한 비오의 어머니 시와와 망설임 없이 결혼하고 비오를 자신의 자식으로 품었다. 이렇게 사랑과 천대의 경계에 놓여있던 루와 비오는 서로 만나 서로를 인정하게 되며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루와 비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시작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종결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는 오히려 사랑으로 인하여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하며 더욱 강해진 것은 물론이며,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비오는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성찰의 여행을, 루는 찾을 수 있다는 보장 없이 무작정 비오를 찾아 각자의 길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에도 그들 간에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사랑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떠날 수 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또한 <버드 스트라이크>에는 두 주인공뿐만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으로 성장해나간다. 루와 비오의 사랑을 목격한 후 비오를 찾는 시의 군인들에게 자진해서 잡혀간 동생 가하와 동정의 감정인지 아닌지 헷갈리면서도 약혼자 곁을 지키는 탄이 그렇다. 반면 그들과 완벽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는 마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이면, 비오의 인간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를 가지고 있던 마이는 약혼자 탄과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세상에 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비오가 사랑하는 아버지 다니오와 동생 가하를 해치고 만다. 그 후 감옥에 있는 마이를 만나러 탄이 면회를 왔을 때에도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채였다. 아직도 사랑을 모르기에 성장조차 할 수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웠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천천히 곱씹어보다 보니 책의 마지막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라는 루의 독백. 이 말이야말로 소설의 주제를 하나로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을 함으로써 한 뼘 더 성장하고, 계속 성장하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을 법한 루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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