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넘실대는 세상이다. 특히 요즘은 건강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강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보장되지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자녀의 앞날을 불안해하고 그러다보니 내 아이에게 편안한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빠져 아이들을 출세를 위한 공부에 다같이 밀어넣느라 또 불안하다. 내게는 10살터울의 두 아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10년전의 교육풍토와 또 달라진 지금의 교육세태를 본의아니게 비교해보게 된다. 10년전 꿈틀대던 조기교육은 이제 태교를 넘어 뱃속에 있는 아이를 가르치려 들고, 이제 2-3살의 아이를 둔 부모들이 주변의 광풍에 불안해하는 지경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너나없이 달려가는가 답답하던 차에 임혜지씨의 삶은 내게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주변의 시선과 세상의 잣대에 얽매이지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의 가족들은 내게 불안에서 벗어나 조금만 용기를 내라고 얘기해준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세상이 정한 기준에 따라 쉴새없이 달려야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들은 그러기위해 고등어를 금하고, 자동차를 사지않고, 연장근무를 신청하지않고 물주머니를 이용하는 수고를 마다하지않는다. 구두쇠 전략이지 이게 무슨 세상의 방식에서 벗어나기인가 싶겠지만 결국 우리가 세상의 방식에 맞추려 애쓰는 데는 경제적인 댓가를 포기하지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임혜지씨와 가족들은 조금 더 일하고 돈을 더 받는 대신 가족과 3끼 식사를 함께 하기를 선택했고 에너지 과잉으로 파괴되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절수샤워꼭지를 단다. 이들 부부의 이런 주체적인 삶의 방식은 소소한 생활습관부터 딸의 성교육과 아이들의 교육문제까지 관통하며 남들과는 다른 결정을 하고 이런 결정에 불안해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고 여유로운 이들은 그래서 자유롭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지금 모습이 위선이나 자기기만은 아닐까 끊임없이 되묻고 정직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파이낸싱이 철학을 담보한다는 얘기를 듣고 쉽게 수긍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돈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삶을 내가 꾸려가겠다는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이 내 삶을 내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당연한 진리가 희귀해진 요즘에 생생하게 보여주는 경험담이다. 따라하지는 못하더라도 틈틈이 되새기고 싶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