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관절염 걸린 천사를 상상할 수 있는가?

시트콤의 한 장면일 거라 생각되지만 새들의 뼈가 비어있는 것에 착안해 하늘을 나는 천사도 뼈가 약할 거라 설정한 데이비드 알몬드의 상상력이 독특하다. 데이비드 알몬드는 조앤 롤랭에 버금가는 인기작가로 스켈리그는 올해 영국에서 TV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평온하던 세상에서 갑자기 온통 뒤죽박죽인 세상으로 던져진 듯한 마이클.

갓 태어난 여동생은 생명이 위태롭고 정든 곳을 떠나 이사한 새집은 엉망진창이다.

특히 동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아직 10대인 마이클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이다.

그런 마이클에게 괴상한 존재가 눈에 띄었다. 새집의 쓰러져가는 차고 구석에서 시체처럼 널부러져있던 그.

거미와 청파리가 득시글한 먼지구덩이 속에서 발견한 어떤 존재는 보통의 아이에게라면 그저 공포와 비명의 순간이었겠지만

동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혼란스러운 마이클에겐 희한하게도 어떤 기대와 공감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백인보다는 흑인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더 풍부한 언어를 갖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고통을 겪음으로서 더 풍부한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삶의 고통 언저리를 서성이게 된 마이클이었기때문에 시체처럼 끔찍한 그에게 말을 걸고 먹을 것을 전해주고 아스피린을 건네줄 수 있지않았을까 싶다. 냉소와 거부로 마이클을 밀어내던 그도 마이클과 마이클의 새친구 미나의 관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스켈리그는 바로 그의 이름이다. 등에 날개가 솟아있는 그.

 

마이클은 혼란스럽다. 새친구 미나는 공교육을 비웃으며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동생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고 차고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스켈리그가 거미를 잡아먹으며 누워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마냥 좋았던 친구들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알았다.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땐 보통 좌절하고 절망하기 마련이지만 새친구 미나는 이런 마이클에게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상상하라고 말해준다.

"가끔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고 그 이상은 상상하는 법을 배워야 해."

 

지하어둠속에서 땅위로 올라와 봄을 전하는 페르세포네 여신처럼 곧 다시 햇살을 만나고 이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고 다짐하며 견뎌야한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삶이 늘 햇살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늘 바람일 수만도 없지않을까..

이런 희망만이 우리가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고통을 통해 성장하라고 얘기하는 책이다.

나만의 고통이라 절규하지말고 나처럼 아픔을 겪고있는 사람들의 맘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천사들의 세상이지 않을까.

 

끔찍하도록 잔인한 사람들이 적지않은 세상이다. 다른 이의 아픔에 냉정하고 자신의 것은 털끝만큼도 놓치지않으려 움켜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삶을 통해 무엇을 배워온 것일까 먹먹해진다. 부모의 보호속에 이런저런 어려움을 뒤로뒤로 밀어내고 있는 아이들이 읽고 마이클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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