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투자의 역사 -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 20개로 배우는 가치투자의 법칙
예페이 루 지음, 백승우 옮김, 오인석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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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투자자는 단연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다.
주식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그가 대단한 투자자라는 것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탁월한 투자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비록 그가 직접 저술하지는 않았어도 그의 이름이 들어간 수많은 주식투자 책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고 항상 인기가 많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지만, 그간 나왔던 책과 다소 차이가 뚜렷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은 버핏이 투자를 실행했던 20개의 사례를 선별하여 초창기의 파트너십 기간과 중반기, 후반기 등 크게 3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별로 버핏의 투자 철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며 진화해 왔는지를 현직 펀드매니저가 심층적으로 분석한 투자 연대기이다.


저자는 버핏의 주요 투자 사례를 분석하면서 그가 투자 결정을 내리며 취했던 상세 조치를 살펴보고, 제3자의 관점에서 버핏과 당시 다른 투자자가 각 상황에서 고려했을 논리적 근거를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는 한편, 그 당시에 버핏이 했던 것처럼 그 기업에 관해 연구한 애널리스트의 관점을 취해봄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분석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스스로 자신의 통찰과 결론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연대기별 분석대상 사례 기업(20개)의 목록은 아래 목차와 같다.


1부 투자에 눈을 뜨다: 파트너십 기간(1957-1968)


 - 샌본 맵 컴퍼니
 - 뎀스터 밀 매뉴팩처링 컴퍼니
 - 텍사스 내셔널 페트롤리엄 컴퍼니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은 1957년에 투자 파트너십을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경력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답게 내재가치와 가격을 비교하여 충분히 싼 가격(헐값)에 매수하는 자신의 투자철학(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하였고, 자신이 투자한 회사를 파트너들에게만 공개하는 블랙박스 유형의 전략을 채택하였다.
이 시기에는 주로 저평가된 기업가치에 대한 베팅과 오늘날 버핏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기업활동이 혼합된 투자행태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경제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투자대상 기업들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게 되자 결국 1968년 투자 파트너십을 해산하게 되었다.
초창기 투자 경력 기간 동안 버핏은 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탁월한 눈에 비해 능력이 부족한 경영진을 계속 끌어안고 가는 실수로 저질렀다.
이러한 실수를 계기로 뛰어난 경영진을 새로 영입하고 투자에 있어 훌륭한 능력을 갖춘 경영진이 운영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2부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다: 중반기(1968-1990)


 - 내셔널 인뎀니티 컴퍼니
 - 시즈 캔디즈
 - 워싱턴 포스트
 - 가이코
 - 버펄로 이브닝 뉴스
 -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
 - 캐피탈 시티즈/ABC
 - 살로먼-우선주 투자
 - 코카콜라


버핏은 1968년 투자 파트너십을 해산하고 본격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새로운 투자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공개 기업에 점점 더 많이 투자를 실행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투자(인수) 대상 기업들은 초창기에 계량적 분석에 의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 충분한 안전마진을 제공하는 기업을 매수하는 것과 달리
투자대상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의 질, 즉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였고, 따라서 확고한 지배주주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자산 기반을 대폭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질적인 요소들을 포함하는 투자로 옮겨갔다.


이는 1960년대말 미국의 주식시장이 활황이었기 때문에 예전같은 가치투자 기회가 줄어든 것이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1974년, 1979년, 1982년의 커다란 주식시장 침체와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 불황도 버핏의 투자철학에 변화를 초래한 주요한 요인이다.
이 시기 동안에 보여지는 투자행태의 질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여전히 큰 틀에서는 고전적인 가치투자의 원칙을 굳게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3부 시대에 맞추어 진화하고 변신하다: 후반기(1990-2014)


 - US 에어 그룹
 - 웰스 파고
 - 제널리 리
 -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 컴퍼니
 - 벌링턴 노던
 - IBM

1990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후반기에 나타난 특징은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산규모(장부가치)가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개별 투자규모 또한 효율적인 자본 활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걸프전, IT 기반의 강세장과 버블 붕괴, 충격적인 9.11테러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굵직한 정치.경제적 사건들로 말미암은 경제적 혼란과 금융시장의 높아진 불확실성은 우량한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폭락하게 만들었다.
이는 결국 버핏과 같은 현명한 투자자들에게는 간만에 우량자산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충분한 안전마진을 제공한 셈이 되었고, 이 시기에 웰스 파고, 벌링턴 노던 등을 인수하기도 하였다.


4부 거인의 어깨 위에서


 - 투자 전략의 진화
 - 버핏에서 배울 점


버핏은 사업에 대한 계량적 가치평가(이익 기반이든 자산기반이든)가 진화한 것처럼 사업 운영의 질적 측면을 이해하는 자신의 능력을 훨씬 더 크게 신뢰하게 되었다.
버핏의 경력은 어떤 부분에서는 시장에 존재했던 기회, 또 다른 부분에서는 버핏 자신의 발전, 그리고 그가 운용한 투자자산의 원천 및 한계에 의해 꾸준히 진화했다.
신뢰할 수 있고 유능한 경영진 같은 투자 기준은 그의 투자 경력 내내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기업의 복합적 능력, 그리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기회 같은 다른 측면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했다.
이러한 진화를 통해 버핏은 자신의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해 결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 수단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


버핏이 투자 프로세스에서 중요시 한 건, 정보의 질(이용 가능한 객관적인 테이터의 수준이 높은 산업과 기업), 이익 성장의 일관성(매출과 이익이 꾸준한 장기적 수익 창출 능력을 가진 기업), 투자 스타일을 투자 기회에 맞추기(내재가치보다 상당히 저평가된 일반유형의 증권, 워크아웃, 지배상황의 적절하고 유연한 조합의 활용), 경영진의 중요성(투자대상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탁월함, 정직함)이었다.
오늘날 투자 세계에서는 많은 투자자가 ‘가치’, ‘성장’, ‘이벤트 활용’ 같은 다양한 스타일 중 하나의 방식만을 따라 자신의 투자 전략을 정의하지만, 버핏은 그러한 유형들을 초월하여 꾸준히 진화해 왔다.


단순히 보면 버핏은 초창기 가치(Value) 중심에서 중반기 이후 질(Quality) 중심으로 투자의 핵심 축이 옮겨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는 값싼 넷넷 투자만 하지 않았고 양질의 기업이나 우선주에만 투자하지도 않았으며, 시장 상황과 개인적인 투자 구조에 투자 전략을 맞추었다.
무엇보다도 버핏은 투자할 기업을 정확하고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읽고 분석하고 배우며 자신의 능력범위를 꾸준히 확장하는 데 온 힘을 쏟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아직 초보 투자자로서 그동안 여러 권의 버핏 관련 책을 접해 보았다.
그 중에는 앨리스 슈뢰더가 쓴 약 2천 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짜리 벽돌책인 워런 버핏의 최초의 자서전이라고 씌여 있던 <스노우볼(원제 The Snowball: 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 (알에이치코리아, 2008년)>도 들어 있는데, 정작 이런 깊이있는 분석과 내용은 거의 들어있지 않아 다소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여전히 투자는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임을 재확인하게 되지만, 여러 권의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오히려 한 권이라도 반복해서 내 것으로 소화하고 나의 철학과 원칙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성공한 투자자, 현명한 투자자, 위대한 투자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잃지 않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한 과정이고 배우고 익혀야 할 가치 있는 교훈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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