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서 보낸 하루
김향금 지음, 이희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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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기획, 감수하고 웅진주니어가 출판한 『가야에서 보낸 하루』 입니다.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더불어 520여 년 동안 우리 역사에 버젓이 존재했던 나라임에도 사실 우리는 가야에 대해 아는 사실이 거의 없습니다.

'가야' 하면 '김수로왕' '우륵' '철의 나라' 정도를 보통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에

『가야에서 보낸 하루』 를 읽으면서 가야가 어떤 나라인지, 가야 사람들은 무슨 일을 잘하는지, 가야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등이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삼국과는 다르게 통일 왕조를 이루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가 사라져 버린 가야인의 정체성이 궁금하여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야에서 보낸 하루』 는 전체 11장 4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속에서 가야인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가야는 2000여 년 전 김해 구지봉에서 아홉 촌장이 <구지가>를 불러

하늘에서 여섯 알이 담긴 황금 상자가 내려 와고 상자를 열자 알에서 여섯 명의 사내 아이가 나왔는데 그 중 처음 알에서 나온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수로왕이 되었다고 한다.

'철의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야에서 생산되는 철은 품질이 좋고, 철을 다루는 기술 또한 뛰어났다. 야들야들한 헝겊으로 맞춤옷을 만들 듯, 단단하고 거친 철을 얇은 두께로 만들고 이 철판에 80여 개의 못을 박아 인체 곡선에 꼭 맞는 맞춤 갑옷인 판갑옷은 단연 가야 철 제조 기술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철을 다루는 솜씨와 더불어 토기를 빚는 기술도 뛰어났다. 무르고 부드러운 흙을 반족해 곡선미가 돋보이는 굽다리 접시, 그릇 받침, 긴목항아리, 고혹적인 사슴 모양 뿔잔을 빚은 장인들이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라가야 도공들이 토기에 영어 알파벳처럼 구불한 모양, 사물을 본 뜬듯한 모양 등 알수 없는 문양들을 그렸는데 그것이 바로 '메이드 인 아라가야'의 표시인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브랜드를 런칭한 디자이너의 상표 표기인 셈이다. 그만큼 아라가야의 도공들은 자신들이 만든 토기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토기의 나라, 가야>

 

가야는 옥을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 다양한 옥구슬 장신구도 자랑할 만하다. 가야 여성은들은 꾸미기를 좋아해서 옥구슬 장신구를 즐겨 착용하고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들은 가양의 성형 풍속인 '편두'를 하기도 했다. 확실히 삼국에 비해 가야는 여성들에게 개방적인 사회인 것 같다.

 

철, 토기, 옥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가야는 장인 전성 시대를 이뤘다. 가야의 청년들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일에 따라 토기 공방, 옥구슬 공방, 신발 공방, 소금 공방을 골라 기술을 배운다. 공방은 전문 장인 밑에서 제자들이 그 분야의 일을 배우는 도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으로 치면 직업훈련 학교와 유사한 것 같다. 도제 제도를 통해 체계적으로 기술자를 양성하였으므로 가야는 역사 속에 잊혀졌지만 가야인의 장인 정신이 깃든 유물들은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가야의 국보 보물 열전>

 

 

 

삼국과 마찬가지로 가야도 봉황대라는 국제 항구가 있어 대외 무역이 이뤄졌는데 주로 왜와 중국간의 무역이 활발했다.

 

『가야에서 보낸 하루』 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가야 시대에도 몸에 문신을 했다는 것이다. 바닷가에 살며 물질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곧잘 문신을 새긴다. 물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거대한 물고기나 고래, 상어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란다.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문신을 하는 우리 시대와는 다르지만 가야 시대에도 문신을 했다는 점이 왠지 놀라웠다.

남녀간의 혼인을 위해 폐백을 준비하는 모습, 부인이 정성들여 밥상을 준비하는 모습, 남녀간의 애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 골목 안에서 아들이 구슬치기를 하는 모습, 시장에서 왁자지껄 물건들을 사고 파는 모습은 그 옛날 가야 사람들이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아 더 정겹게 느껴졌다.

 

역사를 좋아하는 저의 아들도 『가야에서 보낸 하루』 를 보면서 가야도 우리 역사의 한 줄기였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가야에서 보낸 하루』 를 통해 매력적인 나라, 가야를 만날 수 있었다. 역사의 기록들이 정복한 나라의 기록이기에 가야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지만 가야의 철 유물들이, 토기가, 우륵의 가야금이 우리 시대에 전해졌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가야의 역사를 느끼고 있는 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가 '가야'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나라를 찾아 역사 여행을 떠나 볼 때인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가진 여러분께 『가야에서 보낸 하루』 를 추천합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서평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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