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주 -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2018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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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한 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을까?”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이야기

 

안녕, 우주에는 네 명의 11살 동갑내기 아이들이 등장한다.

버질 살리나스, 발렌시아 소머싯, 카오리 타나카, 쳇 불런스

 

버질 살리나스는 소심하고 생각이 많다.

발렌시아 소머싯은 영리하고 고집이 세다.

카오리 타나카는 앞날을 내다보는 점성술사다.

쳇 불런스는 동네에서 가장 못된 골목대장이다.

 

이들 네 명의 아이들을 서로 친구가 아니다. 버질과 쳇, 발렌시아는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일반적인 친구 관계는 아니다. 쳇은 버질만 보면 띨띨이라고 놀리고 못된 짓을 하려 들고 버질은 발렌시아를 좋아하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말 한마디도 건네 본 적이 없다. 쳇은 발렌시아가 청작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의심한다. 귀머거리인 척하면서 모든 사람을 염탐하고 상대방의 입술을 읽을 줄 안다는 것도 섬뜩해한다. 자신의 못된 행동을 아마도 발렌시아는 알 거라고 생각해서 쳇은 발렌시아를 경계하다. 마찬가지로 발렌시아도 쳇을 못마땅해 한다. 뚱뚱하고 잘 알지 못하면서 큰 소리로 으스대고 온갖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는 네 아이들이 겪게 되는 놀라운 하루를 이야기한다. 서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네 아이들의 삶은 쳇이 버질의 책 가방을 숲의 오래된 우물 속으로 버리진 것으로 시작된다.

 

버질은 자신에게 위대한 정령이 나타나 앞으로 어찌 해야 할지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움을 줄 사람, 카오리 타나카를 찾아가기로 한다. 버질은 가방에 자신의 애완동물 기니피그인 걸리버를 넣고 집을 나선다. 카오리는 숲이 울창한 언덕 맞은편 메이플 거리에 사는데 카오리의 집으로 가는 길에 엘름거리의 쳇 블런스 집이 있다. 버질은 쳇을 피해 가려고 동네를 빙 돌아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어느 새 버질은 쳇의 눈에 띄게 되고 쳇은 버질을 띨띨이라 놀리고 계속 약을 올린다. 버질은 머릿속으로 쳇을 혼내주는 상상을 하며 계속 걷는다. 다행히 황소 쳇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버질은 카오리에게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말을 붙이고 싶은 여자애가 있는데, 학기 초부터 말을 걸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이제 6학년이 끝났는데.. 내 이름도 말하지 못 했다고. 하지만 어쩐지. 우리는 친구가 될 운명이란 느낌이 든다고, 본능적인 예감 같은 것버질은 카오리에게 여자애의 이름 머리글자 “V.S”를 말한다. 카오리는 고심 끝에 여자애와 친구가 될 방법을 생각하고 다음 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정각에 크기가 서로 다른 돌멩이 다섯 개를 찾아서 가져 오라고 한다. 카오리는 버질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슈퍼 세이버 마트 게시판에 붙여 달라고 한다.

 

엄마와 함께 세이버 마트에 간 발렌시아는 마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카오리의 명함(카오리 타나카 점성술사, 새로운 고객 환영 어른사절-)을 본다. 발렌시아는 특정 연령대만 상대하는 점성술사가 있다는 것에 뜻밖이라 생각하며 관심을 보인다. 발렌시아는 요즘 잠을 설치는 문제로 카오리 타나카에게 상담을 의뢰한다. 혹시 하는 마음에 자신을 발렌시아가 아니라 르네라고 밝힌다.

 

토요일 아침, 버질은 빨간색을 조심해라는 할머니의 충고를 들고 책가방에 걸리버를 넣고 카오리에게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버질은 숲으로 가는 길에 민들레를 뜯어 왼쪽 호주머니 가득 채웠다. 민들레는 걸리버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버질은 의식에 필요한 돌멩이 다섯 개를 찾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선다. 돌멩이를 찾는 중 쳇 블런스를 만난다. 쳇은 근처 숲에서 뱀 허물을 발견했다고 으스대는 존 데이비스의 콧대를 꺽어 주려 결심하고 진짜 뱀을 잡을 생각으로 베갯잇을 들고 숲에 왔다.

쳇은 빈정거리며 버질을 놀리다 버질이 등에 멘 가방을 발견하고 가방을 낚아 채 달아난다. 버질은 있는 힘을 다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쳇울 쫓아간다. 쳇이 가방을 열어 걸리버를 보면 죽일 거라는 끔찍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쳇은 오래된 우물의 뚜껑을 열어 가방을 우물 속으로 떨어뜨리고 비아냥거리다 숲속으로 사라진다. 버질은 울먹이는 소리로 걸리버를 부르며 사다리를 타고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퀴퀴하고 축축한 저 우물 안에 걸리버는 어떻게 되었을까? 두렵고 무서움에 휩싸여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우물 바닥에 내동이쳐져 있는 가방이 보이자 버질은 더 이상 발을 디딜 사다리의 가로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는다. 두 다리른 바닥에 닿지 않았고 가방 안의 움직임은 확실치 않았으나 버질은 걸리버 없이 돌아 갈 수 없었다. 버질은 사다리에 몸을 바짝 붙여 어렵사리 우물 바닥에 닿았다. 가방 안의 걸리버는 무사했다.

버질의 휴대전화는 망가졌고 사다리 밑에 서서 손을 뻗었지만 맨 아래 가로장엔 손끝도 닿지 않았다. 버질은 빛이 새어들어오는 곳을 올려다보며 거기 누구 없어요?”하며 외쳤지만 부질없었다.

 

오늘 발렌시아는 숲에서 다람쥐를 관찰하고 세이크리드에게 먹이를 주고 카오리의 집에 갈 생각이다. 발렌시아는 세이크리드에게 줄 먹이와 그릇을 들고 집을 나선다. 세이크리드는 발렌시아를 보고 까만 꼬리를 흔들어 대며 반가워한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운 세이크리드는 발렌시아 옆에 쪼그려 앉고 둘은 친구처럼 서로를 어루만져주고 발렌시아는 세이크리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단짝이였던 로버타를 위해 뱀에 대해 조사했던 것과 로버타와 절교하게 된 이야기를...

 

버질은 평생 한 번도 소리를 질러본 기억이 없었다. 우물 안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버질은 난생처음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 만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버질 자신도 흠칫 놀랐다. 자기 목소리 같지 않아서, 이렇게 우렁찰 수 있어서

 

이제 발렌시아는 다람쥐 관찰 일지 쓰기를 정리하고 카오리를 만나러 숲 건너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래된 우물의 뚜껑이 치워진 것을 보고 우물로 다가간다. 입구는 완전히 열려 있고 작은 돌멩이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장난쯤으로 생각하고 발렌시아는 우물의 뚜껑을 덮는다. 카오리 집으로 가는 내내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든다.

 

우물의 뚜껑이 덮이고 빛이 사라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버질은 헐떡이고 딸꾹질하며 흐느꼈다. 자신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해 보다가도 어느 소리에 온몸을 움츠리고 어둠에 두려움에 몸서리친다.

 

버질이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자 카오리는 버질에서 나쁜 일이 생김을 직감한다. 발렌시아는 암호를 대고 카오리 집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카오리는 미치광이도 살인마도 아니였다. 인사를 나눈 후 카오리는 발렌시아에게 버질의 인상착의를 말하며 오는 길에 보지 않았냐고 묻는다. 발렌시아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인상착의는 익숙한 느낌이였다. 버질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고 카오리는 발렌시아의 꿈에 대해 묻는다.

카오리는 발렌시아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해몽했지만 발렌시아는 짜증과 실망이 섞인 표정으로 자신은 혼자 있는 게 좋다라고 부인한다. 발렌시아는 생각한다. “그래, 혼자가 늘 최고는 아니지.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

  

    우물 안 어둠 속에서 버질은 루비 산 살바도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루비는 버질의 마음이 두려움을 만드는 거라고,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거라고 한다. 기진맥진 주저앉아 있는 버질에게 루비는 자기 생각에 귀를 기울리라고 한다. 그리고 루비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우주를 통해 네 생각을 보내는 거라고 말한다.

 

카오리의 부탁으로 발렌시아는 버질의 집으로 가서 버질이 집에 없음을 확인하고 버질에게 나쁜 일이 생겼음을 확신한다. 쳇은 막대기를 들고 풀숲이며 낙엽 더미를 찌르고 다니다 낙엽 더미에서 뱀을 발견한다. 그 순간 쳇은 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쳇은 물러서지 않고 베겟잇을 흔들어 입구를 벌린 후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뱀이 머리를 뒤로 빼는 순간 쳇이 뱀의 꼬리를 움켜잡았고, 그 틈에 뱀은 쏜살같이 달려들더니 쳇의 오른팔 살갗을 문다. 고양이 발톱에 찍힌 것 같은 느낌이였다. 결국 쳇은 뱀을 놓고 비명을 지르고 자신이 곧 죽게 될 거라며 소나무 밑동에 주지 앉았다.

 

카오리와 겐, 발렌시아는 버질을 찾아 숲으로 간다. 버질을 찾기 위한 의식을 치르기 위해 비늘무늬 돌을 찾던 중 비명 소리를 듣는다. 뱀에 물려 겁에 질린 쳇과 마주친다. 쳇의 상처를 보고 발렌시아는 독사가 아니라고 미지근한 물로 상처를 닦고 비누를 씻어야 감염되지 않는다며 말한다. 쳇과의 만남으로 카오리는 발렌시아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된다. “발렌시아 소머싯난생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익숙한 느낌, 바로 버질의 V.S였다.

 

버질은 지쳤다. 여전히 두렵고 배고프고 목이 마르지만, 피곤하다는 느낌밖에 안 들었다. 버질은 가방을 껴 안고 잠을 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구조가 된다면 반드시 할 일을 상상하기로 했다. 첫째, 엄마 앞에서 더 이상 나를 거북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둘째, 황소 녀석 쳇이 또 띨띨이라고 부르면 당당히 맞받아칠 것이다. 셋째, 발렌시아에게 말을 불일 것이다.‘안녕이 한마디라도.

 

숲에서 버질을 찾는 의식을 치르는 도중 발렌시아는 카오리 집으로 가기 위해 숲을 지나갈 때부터 천천히 되집어 보며 드디어 버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낸다. 카오리와 발렌시아는 오래된 우물의 뚜껑을 열고 버질의 이름을 부른다. 누군가 버질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꿈인지 착각인지... 눈을 뜨면 전부 다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계속되는 카오리와 발렌시아의 고함소리에 버질은 눈을 떴다. 빛이 보였다. 우물의 뚜껑이 열리고 카오리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겐이 가져온 줄넘기를 이용해 드디어 버질은 우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다행이 걸리버도 무사했다. 발렌시아를 마주한 버질은 얼굴이 발개진다.

엄마의 재촉에 발렌시아는 카오리에게 다시 연락하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버질은 수줍음에 발렌시아에게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조차 못했다. 카오리에 헤어지고 버질은 세이크리드와 함께 엘름 거리를 지나 집으로 간다.

발렌시아는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되새긴다. 뱀에 물린 아이들 도왔고 우물에서 소년을 구해 줬으며 점성술사를 만났다. 하루 동안,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다. 전에 길렀던 기니피그인 릴리푸트와 버질의 기니피그인 걸리버 생각도 난다. 자정을 훌쩍 남긴 새벽 330,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버질의 할머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안녕

 

     네 명의 아이들이 겪은 하루의 이야기가 그저 우연일까? 아니면 우연이 무사히 많이 겹치고 겹쳐 마침내 운명이 된 걸까? 모든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잘 그려져 있어 쉽게 책에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수줍고 부끄러운 아이인 버질의 말 한마다, 행동 하나하나가 버질스럽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된다. 또한 듣지 못하지만 당당하면서 고집 센 발렌시아의 모습도 발렌시아라면 당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점성술사인 카오리와 겐도 그들만의 우주가 존재한다. 각자의 우주들은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고 또 얽히고 연결되면서 더 큰 우주로 나아간다. 그 첫 시작은,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였다.

우리의 삶은 한마디 말로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버질의 앞으로의 삶을 변화시켰으리라 생각해본다. 이들 네 명의 아이들의 앞으로의 삶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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