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반수연 지음 / 강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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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소설을 꽤 읽었고, 나름의 취향도 가지고 있다 자부해왔다. 그러나 이 소설을 두고는 취향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기가 어려웠다. 이십 삽년 견뎌온 작가의 진짜 이야기가 여기에 스며있었다. 한 사람의 삶을 두고 어떻게 취향을 논할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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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반수연 지음 / 강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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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떠나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토록 이곳을 떠나고 싶어 발버둥 쳤으면서도 여태껏 떠나지 못한 채로 고작 여기 내 방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반수연 소설가야말로 내가 실패한 '떠남'을 몸소 해낸 사람이 아닌가. 통영이라는 소설의 제목과 소설 표지를 뒤덮은 푸른 바다. 나는 그것을 보며 통영을 떠나 먼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일곱 편의 소설을 모두 읽고 나자, 소설의 표지에 그려진 바다가 통영 앞바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뒤미쳐 하게 됐다.

 이 바다는 타국의 바다가 아닐까, 하는 확신을 지울 수 없었던 건 기어코 먼 곳으로 떠나왔으나, 끝내 마음에서까지 뒤돌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 책 속에 한가득 있었기 때문이었다. 낯선 대지를 밟고 선 이들이 바다 저 멀리 응시하며 수평선 건너에 있을 그리운 곳을 그리고 또 그리며 물이 차오르는 것도 모르는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어코 떠나왔으나 그런데도 끝내 뒤돌아서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은 그리고 별수 없이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향이 싫었다. 철들고부터는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꿈이었다. 원대로 지구 반대편에 정착했고 이십삼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매일매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진작에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P236

물은 뜨거웠고 공기는 알맞게 차가웠다. 머리를 끝까지 뜨거운 물속에 넣고 숨을 멈추었다. 살아내는 일의 구역질이 얼마간 잦아드는 기분이었다. 뻥 뚫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살갗은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 속에서 통증은 둔감해졌다.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았다.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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