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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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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가수는 어쩌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그 많지 않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지은을 정의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라고 끝도 없이 얘기하겠지만 행보는 꽤나 당차게 디뎌왔다. 첫 음반부터 말도 많았던 2집, 세 번째의 우울함, 늑대들과의 협연이 보여주었던 실망감.. 최근 서영호와의 꽤나 괜찮은 고민의 결과를 들려 주었던 합작 앨범까지. 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 오지은은 여전히 맘 속에 갈망할만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꽤 많은 일본 만화들의 번역가 이름에서 오지은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번역이 직역이 아니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의 문학적 소양은 어찌보면 꽤 대단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 짐작은 그녀의 글에서 쉽게 증명이 되곤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카페에서 그녀가 연재하는 편지글의 뛰어남과 독특한 어투와 문체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오지은의 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거라 단언해본다.


그래서, 이제는 그녀를 작가라고 불러도 좋을까... 물론 그녀는 여전히 손사래를 칠 것이다. 속으로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 부담감으로 또 고통속의 밤을 보낼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인들이 내는 책이란게 뭐 그렇지' 라는 선입견을 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실재로 음악이 좋아서 그 사람이 낸 책도 많이 봐왔지만 대부분 실망해왔기에 그런 맘을 지니게 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하였기에 오지은의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 를 선택하는것도 많이 망설이게 됐었는데 위에 언급했듯이 문학동네 카페의 편지글에서 그녀의 글솜씨에 반해 버려서 더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하게 된 책 「익숙한 새벽 세시」


이 책은 대부분 오지은 내면의 고민과 궁시렁거림과 징징대는 소리들의 무한 반복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그따위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어? 라고 말하실 거 같아 부연 설명하자면 그 고민과 징징거림의 모든 것들이 재미를 잃어버리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감각이 무뎌지고,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구름처럼 무미건조한 날을 보내고 있는 30대, 40대.. 또는 그 이후의 세대를 아우른 모두의 맘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민과 같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뒷편에 다른 작가나 유명인들의 도움글(?) 같은게 박혀있는데, 거기 어느 작가가 '자기가 쓴 일기인줄 알고 여러 번 놀랐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 맘이 딱 그러하였다.
맘을 들키고 생각을 공유하여 세상에 내놓은 오지은의 산문은 그래서 가치있게 읽힌다. 먼 데 있는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이 바닥에서 이 진창에서 같이 구르고 부데끼는 삶을 영위하는 동료로서의 고백이기에.


새벽은 창작하는 이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정시 출근을 해야함이 없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했던 새벽 시간. 지금은 멀리 있지만 또 언젠가 익숙해질 시간. 그 시간을 불쑥 맞이한다면 그녀의 고민을, 나의 우울을, 당신의 걱정을 함께 섞어서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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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정 - 더늠
허윤정 노래 / 악당이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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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조화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거문고 명인의 무척이나 오랜만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그저 그 자체로 빛처럼 스며들고 있구나,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성처럼 다가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연하지도 않고 격정적이지도 않다. 가벼운 감성에 기대어 과거와 지금을 꿰어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소리는 그저 그 자체로 기본 위에 세월을 얹어내고 있구나 싶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어서일까. 이 익숙함이 편안하고 늘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래서 좋은 음반이구나, 좋은 연주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조를 스쳐가고 만나는 후반부에서 거문고는 창을 만나고 해금을 만나고 장구를 만난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작곡자가 의도한 만남이기에 낯설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원래 그런 옷이고 그런 음식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깊은 터치와 휘몰아치는 술대의 스트록 대신에 선택한 이 격동하지 않는 허윤정의 플레이는 그냥 그 자리에 있다. 청자의 생각이 닿아 천변만화하는 빛을 세상에 뿌리운다.
그 영롱한 색채 앞에서 늘 그 자리에 있는 빛의 뒤를 기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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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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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지은이 : 요네자와 호노부
옮긴이 : 김선영
펴낸곳 : 문학동네 (엘릭시르)

분량 : 536쪽
1판 2쇄 (2016년 7월 9일) 본 읽음

 

 

책을 읽은지는 몇 주 지났고..
그래도 기억에 장면들이 꽤 남아있는걸 보면 인상적인 작품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신간을 읽게 된 것도 참 오랜만인거 같은데, 책을 사줘야 할 일이 있어서 책을 한권 사려다보니 사은품으로 주는 에코백이 탐나서 같이 살 책을 주섬주섬 찾다보니 이 책이 레이더에 걸렸다.


일본인들의 작품 선정 기준이 꼭 우리들 정서와 부합되지 않는다는건 일본내 유수의 유명한 상을 탄 작품들이 반드시 훌륭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이 책과 작가에 대한 대단한 수상 내역에 대한 호들갑(?)도 살짝 기대에선 내려놓긴 했지만 그래도 독자분들의 평에서 재밌는 작품이다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진 않은 듯 하다.

 

책의 골자는 어찌 어찌하다 기자직을 반강제로 내려놓게 된 여기자가 월간지의 의뢰로 네팔에 갔던 기간에 벌어진 네팔 왕가내의 살인사건에 대한 취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담고 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됐던 왕실 소속의 군인이 살해 당하고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많은 분들이 꼽기도 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독자로 하여금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네팔이라는 익숙한듯 익숙치 않은 나라의 어떤 도시, 그 한복판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뛰어난 정황묘사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 외에도 인물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들이 주는 생생함을 느끼는 즐거움도 뛰어난 편이고, 무엇보다 이 책을 주의깊게 읽게 된 것은 저널리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문장들과 기자들의 소명에 대해서 조금은 교과서적이겠지만 생각을 곱씹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들이 혹여 기자를 희망한다거나 대중미디어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사실 친구의 중학생 딸이 기자가 되고 싶은게 꿈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어떤 생각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희망하고 그 직업을 위해 가고 싶은 특목고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열정의 기반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단지 멋짐의 무언가에 기대어 희망하는 미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친구 딸이 이 책을 읽고 기자라는 직업.. 세상에 팩트와 조작된 팩트의 경계에서 취해야 할 마음가짐의 근간을 먼저 형성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소설책 같은걸 읽고 있을 정신이 없을 거 같긴 하다만..ㅎ)

 

여튼 작가는 2년 연속 미스터리 관련 세 개 부문을 석권하는 전에 없던 기록을 세워서 주목받고 있는데.. 미스터리라는 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범인 찾기에 크게 관심은 없어 보인다. 누가 범인인지는 추리 소설 몇 권 이나마 읽어보신 분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는 정도..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대단한 기록을 가진 작가를 세상에 내놓게 된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를 빌어 명확하게 풀어 놓은 작가의 의식에 나 또한 한 표를 던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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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크레마 샤인 (블랙, 화이트) -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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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ㅠ 기존 유저들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는게 정말인가요? 보상판매가 있을거 같아 아무리 봐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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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MD 2013-08-0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eBook 담당자입니다. 현재 크레마 샤인에 대한 크레마 터치의 보상판매는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이퍼브 및 각 서점사의 의견이 적용되어야 하는 만큼 논의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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