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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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지은이 : 박지리
펴낸곳 : 사계절출판사
분량 : 279쪽
2017년 7월 3일 1판 1쇄본 읽음

 

 

이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기에, 소설이기에 다행이다라고 얘기해야하는걸까.. 삶의 터전에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널려있는 맨홀. 그 셀 수 없는 수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과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구멍들. 메꿀 수 없는 블랙홀처럼 생각을 기억을 관계를 묻어버릴 수 있는 자아의 도피처.


보호감호소에서의 생활을 보내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는 살인자다. 친부의 폭력에 세상과 단절해버린 아이의 마음을 보아야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보여지는건 나 자신이다. 내 안에 내재한 두려움과 잠재적 폭력성. 이성과 세월의 학습으로 짓눌려진 모두가 가진 공포의 실체가 거기에 있다. 제어하지 못하면 내게도 그런 광기의 시간이 불현듯 방문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가슴저림은 어쩌면 나를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집단이라는 속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가진 발현하지도 않았던 일을 실재한 것처럼 인식하는 잠재적 트라우마 일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관계맺는 누군가가 죽게 되는 걸까? 가족이 죽는건 아닐까? 이미 던져진 단서에 의해서 책을 읽는 내내 끊임없는 걱정으로 소년을 염려한다. 어쩌면 우연적 사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말 폭력적인 형태의 살인으로 발전하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으로 책 말미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된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기원」 도 생각이 나고, 어쩐지 까뮈의 「이방인」 도 생각이 난다. 책들의 멀고먼 간극만큼이나 우리네 마음 속 맨홀의 어둠은 근원 없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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