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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상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조선시대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있지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루에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지속적으로 조선시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전철에서 틈틈이 읽을 수 있도록 크기도 자그마하다.
조선의 왕의 삶은 어떠했을까. 책을 다 읽고나니 왕으로 태어나는 것은 가장 낮은 신분으로 태어난 것만큼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끼리 권력다툼으로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의 가족까지 죽여서 왕권을 강화해야 했던 조선의 ‘왕’은 커다란 권력을 누린것만큼이나 인간적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짐작된다.
우리는 조선의 왕은 그야말로 상팔자 팔자좋은 사람이 운명적으로 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왕은 엄청난 공부량을 소화해야 했고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조선의 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건 상팔자가 아니라 어쩌면 개팔자가 아닌가 싶다. 언제 왕좌에서 끌어내려져 죽임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운명. 잔인하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내가 조선의 왕 중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면 이도 세종대왕이었다. 일탈을 일삼은 양녕대군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이도 세종대왕. 세종은 과연 왕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까? 망나니 형 때문에 어쩔수 없이 왕위에 오른 걸까? 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세종은 형인 양녕대군에게 주제넘은 충고를 하기도 했고 신하들의 칭찬을 이끌어내 태종의 마음을 자신에게 기울게 했다. 왕위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의 야심은 조선의 백성에게 매우 이로운 것이었다. 그는 역대 어느 왕보다 뛰어난 왕이었고 학구적인 왕이었다. 학문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말이다. 말년에 그는 앞을 못볼 정도로 시력을 상실했고 몸은 움직이기 싫어하면서 육식을 탐해 비만으로 성인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것은 생각보다 심각해서 그는 이십대부터 당뇨에 걸렸다고 하니 그동안 드라마를 접해온 스마트하고 샤프한 이미지의 세종이 사실은 성인병에 시달린 공부벌레였던 셈이다. 시력상실도 당뇨합병증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그가 건강과 맞바꾼 결과물 중 하나는 바로 훈민정음이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세종 대왕 이외에 내 관심을 끈 인물은 허수아비 군주 명조이환이었다. 왕좌에 있지만 왕취급을 받지 못하는 왕이라니. 12살에 왕위에 올라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되었다. 문정왕후의 기세에 꼼짝도 못했던 명종. 그리고 우리에게 친근한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과 그의 여자 정난정. 윤원형. 정난정과 윤원형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롭다. 한 금부도사가 정난정이 기거하는 별장 근처로 향했는데 정난정은 자기를 잡으러 오는줄 알고 독약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녀를 엄청 사랑했던 윤원형도 그녀를 따라간다. 왕이긴 했지만 역사는 명종이 아닌 정난정과 윤원형을 더 기억하고 있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가벼운 크기로 틈틈이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역사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