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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분실물센터
브룩 데이비스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밀리는 엉뚱하고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는 소녀다.
외롭지만 사랑스럽다.
지금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언젠가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소녀다.
초반부를 읽을 때는 밀리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소녀인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았다.
비행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하기엔 뭣하지만 아빠는
외도를 한 적이 있다.
밀리는 어른들이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스피디한 전개를 원하는 사람이 읽으면 조금 지루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면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밀리가 느끼는 상실의 아픔이
전해져온다.
그래서인가 속도가 영 나지
않았다.
한 챕터 읽고 다시 꽂아두고 또 읽고
꽂아두고...
나에게도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때 함께 살던 할머니가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투병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장례식 날도 막상
눈물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상실의 아픔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러서였다.
더 이상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할머니의 머릿기름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순간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그것은 관념으로만 존재할 뿐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
누군가의 부재,
상실은 그것도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그래서 이 책 밀리의 분실물 센터는 누군가와 사별해본 사람이라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사별보다 더 가슴아픈 이별이
등장한다.
죽어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빠,
살아있지만 밀리를 버려두고 떠나간
엄마.
두 가지 슬픔 중 어떤 것을 더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자일 것 같다.
살아있지만 버리고 떠나간 엄마에 대한 상실감은
밀리를 짓누르지만 밀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엄마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 동행하게 되는 칼과 애거서의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밀리는 참으로 품위 있게 애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밀리의 분실물 센터>는 결코 철없는 아이의 엄마찾아 삼만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