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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말하다 - 세계의 문학가들이 말하는 남자란 무엇인가?
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그건 남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시대 80인의 작가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를 하게 해준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들이 무수히 많이 눈에 들어온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가장 먼저 읽었던 이언매큐언의 글은 폭소가 터진다. 너무나 남자다운 사람이 바로 그가 쓰고있는 소설속 등장인물이었다니. 남자답게 계속 진행하라는 친구의 말에 그는 못한다고 하다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남자답지 못하게 왜 우니? 하는 식의 우리가 습관처럼 내뱉는 말들에 남자들이 알게 모르게 상처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에 여학생들이 짜증을 내면서도 자신의 행동거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타고난 성의 역할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은 때론 개인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트라우마가 형성될 수도 있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돌아보면 우리의 아버지들이 남자답지 못한 혹은 가장답지 못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들켰을 때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목도한 우리들이 얼마나 큰 당혹감과 아픔을 느꼈던가.
그동안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남자라는 존재, 남자이기 때문에 겪는 크고 작은 고통들에 대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비단 뽀빠이처럼 근육이 솟아오르는 마초남의 모습은 아니다. 결국 남자가 되어야 한다. 남자답게 이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각각의 남자들은 모두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남자를 찾아 간다. 과연 어떤 모습이 가장 남자다운 모습일까? 개인적으로는 남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므로 어떤 상황에서건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남자. 인간냄새 물씬나는 남자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특별히 고정된 형식 없이 쓰여진 재치가 번득이는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이들이 과연 작가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성별을 막론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재치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흥미로운 책과 함께 시작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