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참 솔직한 연애소설을 읽었다. 그 솔직함이 지나쳐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유치원때부터 알고지낸 두 여자.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남자들. 그럼에도 훼손되지 않는 우정. 모에와 루리코는 상반된 캐릭터지만 둘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관심이라고는 명품과 겉모습 꾸미기, 남자에게 사랑받기 밖에 없는 루리코. 세 번째 결혼식날도 첫결혼처럼 수줍게 미소지을 수 있는 여자. 동물로 태어난다면 부잣집 고양이로 태어나 온갖 사치를 누리고 싶다는 그녀. 친구의 남자도 아무렇지 않게 가로채고 예전에 자신과 잠자리를 한 남자가 친구인 모에와 잠자리를 해도 그리 개의치 않는 쿨한 여자.

 

모에는 루리코보다 한수 위다. 자신의 남자를 친구 루리코에게 빼앗겨놓고도 그들의 결혼식에 가서 하객과 원나잇스탠드를 하는 시니컬한 커리어우먼. 남자들보다 열심히 일해 직장에서 승진도 하지만 남녀차별의 조직문화에 반발해 회사를 그만둔다. 그녀에겐 유부남 섹파도 있고 18살짜리 연하남과의 로맨스도 있다.

 

줄거리만 듣고는 거부감을 가질 독자도 있겠지만 모에도 루리코도 그리 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피해의식 없는 루리코는 질질 짜는 청승맞은 여자보다 매력적이고 육체관계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 모에는 나름 멋지다. 하지만 그런 루리코라고 해서 아픔이 없지는 않다. 외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만큼 고통스러운 피부관리도 꾸준히 받아야 하고 결혼식과 같은 이벤트에만 목을 메다보니 자신이 진짜 원하는 남자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렇다고 루리코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누구보다도 솔직한 여자니까.

 

작품속 남자들은 대부분 두 여자와 관계가 있는데 야망을 위해 사장 딸과 결혼한 가키자키라든가 18살에 가출해서 모에와 관계를 갖게 되는 남자라던가...두 남자는 모에와 루리코 모두와 친분이 있다. 이런 것은 두 여자가 유치원 때부터 친구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연구가 필요한 관계다. 두 사람은 자매보다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읽다보면 현대사회에 사랑이란 이미 낡은 가치인가, 더 이상 그것에 기대할 것은 없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현대 남녀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 유쾌하다. 그 안에는 물론 진실한 사랑도 있을 것이고 그야말로 밀당에 불과한 가벼운관계도 있을 것이다. 쿨해보이는 남녀들은 결국 모두 외로운 존재들이다. 당신과 나 모두 그들과 그리 다르지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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