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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 즐겁고 넓고 싸고 외롭지 않은
니시카와 아쓰코 지음, 배가혜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도록 자취생활을 해본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이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고시원부터 다세대주택, 원룸 등에서 자취를 해봤지만 안락한 보금자리는 손에 꼽기 힘들었다. 어느새 주거문화가 이웃과는 인사를 안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유난히 살갑게 구는 이웃은 어딘가 불편하기 마련이다. 종종 고독을 느끼면서도 이웃과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마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아플 때나 이웃에 강도나 도둑이 들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덜컥 겁이 나며 뭔가 ‘대안’이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오래도록 자취를 해본 적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셰어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문화가 반가울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여성들은 ‘안전’에 최고의 가치를 둘 테니 여럿이서 공동공간을 사용하고 자신만의 공간도 분명히 있는 셰어 하우스에서 사는 것을 한번쯤 꿈꿔볼만하다.
사실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것들이 우리나라에도 없는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얼마 전 히트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하는 하숙집도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개념 아닌가. 자신만의 방이있고, 대화를 나눌 친구가 옆방에 거주하는 방식. 하지만 셰어하우스는 평소에는 꿈꾸지 못할 공간에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숙사나 하숙집과는 다르다. 여럿이서 돈을 내면 드라마에나 나오는 고급빌라에서 살아볼 수 있다. 이삼십대에는 혼자 힘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고급스런 주거공간을 셰어하우스를 통해서라면 체험해볼 수 있다. 당구장, 영화관람실, 숲 같은 정원...... 모두가 함께 공유하면서 자기 것처럼 즐긴다. 일본에서는 이 셰어하우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이사를 할 때 어떤 도시인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살고 싶은 도시에 있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외국인이 셰어하우스를 많이 이용하므로 공짜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중개수수료가 없다는 점 등등......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셰어하우스가 인정이 넘치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면서 공존한다....... 가정이 분해되고 점점 축소되어가는 요즘, 셰어하우스는 현대인들이 스스로 찾아낸 대안의 주거공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셰어하우스는 나이든 사람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사십대 이후의 셰어하우스도 많아서 자신과 연령대가 같은 사람들이 있는 셰어하우스에 입주할 수 있다. 이혼을 해서 혼자가 된 사람도,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도 셰어하우스에서 친구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유란 의무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 책에서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지켜야 할 것들도 언급해준다. 지금 한국에도 많진 않지만 셰어하우스가 존재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셰어하우스를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나도 단 한달이라도 셰어하우스를 경험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