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쿠테타로 목숨을 잃은 적도기니 대통령의 딸인 모니카. 모니카는 자신의 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였던 김일성의 보호아래 성장기를 보낸다. 검은색 피부의 소녀가 북한 아이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하다. 모니카에게는 다정한 친구도, 가슴 설레게 하는 첫사랑도 있었지만 그들과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는 어쩔 수 없다. 그 거리는 그들과의 피부색의 차이만큼이나 크고 아득한 것이었다. 또 그녀는 다른 평양 아이들과 다르게 언젠가는 북한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닌 제3세계 여성으로 본 북한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꽃제비 이야기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김일성도 그녀에겐 맘씨 좋은 보호자이니 뜨악스럽기도 하다. 감수성 풍부한 여성의 글로 평양을 들여다보니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막연히 생각하던 평양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그들 역시 사랑하고 공부하고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모니카가 경험한 북한은 상류층이었고 대부분의 북한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지만 말이다. 다른 곳도 아닌 하필이면 북한이었기에 그녀는 군사교육까지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 평양에서의 생활은 그리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 망명자로서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형제들 중에서도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했던 모니카는 특히나 북한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독재자이며 폭군인 아버지를 모니카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성인이 된 그녀는 아버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모니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미국, 서울... 많은 곳을 떠돌며 살아온 그녀의 마음 속 고향은 어디일까 생각해본다. 언젠가는 그녀가 진정한 자신의 고향을 찾길 바라며.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수없이 되뇌며 살아왔을 모니카. 우리 모두 평생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쓰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모니카의 이야기에서 공감할 만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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