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통해 심리학에 대해 큰 흥미를 가진 독자로서 이 책 역시 크게 기대를 했다. 게다가 주제가 노년에 대한 것이라니.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사실 멋지게 나이들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인은 지혜로운 존재라기보다는 병과 가난에 노출되어 있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기 싶상이지 않은가. 청춘의 열병에 한창 시달릴 때는 어서 폭삭 늙어버렸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같아서는 한 살이라도 늦게 나이들고 싶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절감하고 있는 요즘, 후회하지 않는 노년을 맞으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쳐들었다.

 

세계적인 학자인 스키너 역시 노년을 두려워했을까? 스키너는 노년에 대해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않고 비하하지도 않으며 좀 더 편하고 즐겁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눈도 귀도 어두워지는 노년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대비하면 훨씬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을 즐기라고 충고하는데 사실 몸이 아프다면 즐길래야 즐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충고는 구체적이고 소박한 것들이 꽤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들면 다칠 수 있으니 피하라는 것, 갑자기 큰 힘을 쓰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

 

재미있게도 이런 대목도 있다. 시력이 떨어지니 복잡한 거리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못보고 지나갈 수 있으니 길을 지나갈 때 사람의 얼굴을 너무 똑바로 바라보지 말라고 한다. 사교상의 예의를 지키기 힘드니 당황스러운 상황을 피하라는 유머러스한 충고 아닌가.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뭔가 거창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이 책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폼잡지 않고 솔직하게 정말로 필요한 사소한 이야기들을 건네는 노학자가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런 태도 또한 그의 연륜이 가능하게 한 것 아닐까.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는 것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인이 말을 걸면 귀찮아하기도 하고 행동이 굼뜬 노인을 보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모두 나이든다는 것이 자기에게만은 늦게 찾아올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 빠른 세상의 속도에 놀라는 현대인이 나이듦을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랜만에 천천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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