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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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를 감동적으로 읽었기에 이 소설도 기대를 많이 했다. 더 리더는 미성년자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보통 사람이 알기 힘든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테러로 앗아간 테러리스트. 그 사람은 괴물이나 악마라기보다 이성적이고 섬세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랜 형기를 마치고 나온 외르크. 외르크의 누나는 동생을 위해 동생의 지인들을 초대하는데... 그 중에 한명이 자신을 밀고했다고 외르크는 생각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며 읽다보니 더 몰입이 잘 되고 긴장감이 지속되었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외르크의 누나에 공감하며 읽었다. 친동생이 어떤 신념에 의해 테러를 감행했고 4명이 죽어서 감옥에서 20년만에 나오는 날, 누나는 동생을 마중간다. 따뜻한 누나의 마음이 작품안팎으로 전해지지만 외르크의 마음은 어떤지 잘 전해지지 않는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동안 감추어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모든 인물들은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르크의 삶이 잘못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급진적인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왔는데 그의 친구들, 가족은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까?

작가의 섬세한 필체로 인해서 소설속의 자극적인 사건인 테러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인물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더 리더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소년과의 사랑이야기는 작가의 섬세한 필체로 자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금, 토, 일 주말동안 있었던 일들로 인해 독자는 외르크는 물론이고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버지를 살인자로 둔 외르크의 아들, 그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지만 그에게는 살인자의 아들이란 오명이 씌워졌을 뿐이다. 오래 전 모두 함께 급진적인 혁명을 함께했는데 이십년 후 이들은 예전처럼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순 없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나간 책. 혁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아무리 옳은 것일지라도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어내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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