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슈북 8
이민희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한때 홍콩영화배우를 엄청나게 좋아했었다.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영화는 전부 빌려다보고 심지어 중국어를 전공하겠다고 결심했다. 빌려다보는 것에서 만족할 수 없어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모두 소장해야 했는데 용돈을 탈탈 털어서 폐업하는 비디오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사모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느순간 그 배우가 친오빠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크면 꼭 찾아가서 중국어로 말을 걸어야지, 그럼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 중학생인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그가 한국배우가 아니어서 망정이지 한국배우였다면 그의 집앞에서 진을 쳤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나도 이렇게 한때 팬덤짓(? 혹은 빠순이)을 했으면서도 요즘 중고생들이 아이돌들을 쫓아다니는 것을 보면 너무 심하다 생각하곤 한다. 아마도 예전보다 온라인커뮤니티를 비롯해 팬덤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더 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거나 이들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아이돌을 비방하는 기자를 비난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돌과 연애하는 상대연예인을 증오하기도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잘못보이면 정말 큰일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팬덤 문화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H.O.T부터 동방신기까지... 특히 요즘은 들어만 봤지 잘 모르는 아이돌그룹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종종 인터넷에서 아이돌사진을 검색하면서 봤다. 재미있는 것은 빠순이였던 사람도 요즘 소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을 보면서 저 그룹이 뭐가 좋다는 거지? 한다는 것이다.

 

팬덤과 빠순이는 청소년기의 특권이기도 하다. 참 이상한 것이 그 시절이 지나면 아이돌에 대한 열정도 좀 수그러든다. 수그러든다기보다 표현하는 것이 바뀐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도 나오지만 오빠 섹시해요 라고 나이어린 팬들이 말한다면 연륜이 있는 팬들은 우리 ....잘돼야 할 텐데. 한다는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를 겪은 나이든 팬들은 자신의 마음을 좀더 성숙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팬이었던 사람은 아무런 보상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좋아한 것이므로 떠올리면 흐뭇하고 가슴이 뛸 것이다. 수년 전 팬이 가수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극히 일부일 뿐 팬덤은 청소년기를 지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거치는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덤에 대해 이렇게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을 읽으니 꽤나 흥미로웠다. 빠른 시간에 후다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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