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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게임 ㅣ 안데르스 데 라 모테 3부작
안데르스 데 라 모테 지음, 박규호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3월
평점 :
표지가 처음엔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무섭다. 소설의 내용과 연관지어서 그런건가.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야 이제 더 이상 소설 속에서 놀라울 것도 없는 이야기 같다. 이 소설은 누군가 범죄를 결국 게임처럼 하게 된다는 것인데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일이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요즘, 이 소설속의 이야기가 전혀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더더구나 게임이라면. 아기엄마가 아기를 집안에 두고 게임에 중독되어 아기가 집에서 죽어가는 것도 몰랐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게임에 중독되는 것은 사실 개인의 의지와 별 상관이 없는 일인 것 같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이야 누구나 한번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 손안의 핸드폰을 통해 확인하는 온갖 비참하고 믿기 힘든 험악한 기사들이 가끔은 정말 현실일까, 기자가 소설 쓰듯이 써놓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살인동영상 같은 것들도 저것이 정말일까, 누군가 돈을 받고 조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세상 아닌가. 결국 익숙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 아닌가. 아무것도 필터링되지 않고 다 공개되는 세상이라면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말초적인 즐거움만 좇는 무서운 괴물들이 하나 둘 늘어갈 것이다.
미션을 수행하면 점수가 늘고 돈까지 주어진다. 누가 이 게임을 중단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왜 페테르손이 선택되었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는 엄중하게 선택된 것이 아닐까. 가장 만만해보여서. 이런 유혹에 쉽게 걸려들 만한 사람이라서?
후반부에 반전이 있는데 이 책이 마지막 권이 아니라니 다음 소설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현대인은 불안감과 권태감에 휩싸여 있으므로 언제든 무언가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존재가 아닐까. 누군가를 괴롭히고, 착취하고.... 심지어 죽이고. 이 소설이 그저 한권의 소설이 아니라 개연성 있는 허구라는 생각을 하면 함부로 게임을 하시겠습니까? 라는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