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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약국 갑시다 -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개정판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동네에는 골목마다 약국이 있다.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되지만 늘 선택하게 되는 곳은 십분은 걸어야 하는 마트 안에 있는 약국이다. 집바로 옆에도 약국이 있는데 왜 난 거기까지 가는 걸까. 마트 안에 좁은 공간을 차지한 그 약국은 다른 약국처럼 외관이 멋지지도 않고 어여쁜 약사언니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멀어도 그곳으로 가게 된다. 육십대를 바라보는 나이드신 약사 아주머니가 늘 같은 얼굴로 손님을 맞아주는 약국. 가끔은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와있지만 약사아줌마가 결석하는 일은 드문것 같다. 혹시라도 아줌마가 나오지 않은 날이면 나는 걱정이 된다. 몸이 안 좋으신가...? 하고. 약사를 걱정하다니, 피식 웃으면서. 거기는 다른 곳보다는 약값이 조금 싼데 나는 그냥 막연하게 그 약사님이 손님을 속이지는 않는다고 믿고 있다. 절대로 과하게 약을 권하지 않고 몸살이라고 찾아가면 심하지 않으면 버텨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이상하게도 저쪽에 향수냄새 풀풀 풍기며 진한화장을 하고 과하게 약을 권하는 약사언니가 주는 약보다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것 같다. 단순히 나의 착각일까. 사람의 몸을 고치는 사람은 분명 인간적인 태도로 손님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소한 것이 분명히 사람의 몸을 고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육일약국이 성공한 것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좁고 작은 시골약국이 어떻게 기업형약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느냐를 추적해 들어가면 사소한 것에서부터 신경을 쓰고 고객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함을 기본 무기로 무장한 지극히 기본적인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육일약국의 사장은 4.5평의 작은 약국을 개업하면서 아주 작은 친절을 하나 둘 실천해나간다.
일단 택시를 탈때마다 육일약국 갑시다 라고 말해서 택시기사들에게 육일약국의 존재를 알린다. 나중에는 지인들에게도 부탁을 해서 택시를 타면 육일약국가자고 말해달라고 한다. 어느세월에,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느새 육일약국은 택시기사 사이에서 유명해진다. 더 나아가 전화가 흔치 않던 시절 그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전화를 쓰게 해서 사람들이 약국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드링크하나를 팔더라도 친절하게 응대해 사람들이 한 번 더 찾아오게 만든다. 길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약국문을 닫고 직접 찾아준다. 그러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은 또 육일약국의 고객이 된다. 결국 육일약국의 비결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 고객을 내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신뢰를 얻어내는 것.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더더욱 실천하기 힘든 기본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