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사기꾼

이웃집 사기꾼 - 높은 지능과 낮은 도덕성을 가진 얄미운 그들의 속마음
스텐 티 키틀 & 크리스티안 제렌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1월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호감이 간다. 화술은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가 비뚤어지지 않은 심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화술을 사기치는 데 써먹기 위해 갈고 닦았다면? 혹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쉽게 호감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서 나쁜 일을 하려고 한다면?

책일 읽다보니 사기술이란 것은 치밀한 계획 하에 탄생한다기보다는 남들보다 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어찌어찌하다보니 익히게 되는 기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 정도의 재능과 노력이라면 정석을 밟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 또한 솟아오를 정도로 그들은 매력적이며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때때로 뉴스에 유명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고소당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는데 우리는 사기를 치는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일 경우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되어 사기를 당하고 만다. 사기를 당한 후에도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까지 하니 이웃집 사기꾼들이 얼마나 달콤한 언어를 구사하는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금융사기꾼인 매도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엄격하고도 친절한 행동, 평균을 웃도는 월급과 인센티브, 신비로운 이미지 조성.... 누가 감히 속아 넘어가지 않겠는가.

잘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드라마에서 본듯한 장면이다. 도박판에서 초짜가 오면 처음엔 일부러 져주어 돈을 따게 한 다음 빈털터리를 만들지 않는가. 현대의 사기꾼들은 그보다 더 치밀해져 길게 시간을 투자해 속일 대상에게 공을 들여 속여넘길 뿐이다.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인간의 감정도 이용한다. 상대가 사랑받는다고 믿게 만들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이성임을 넌지시 알려 상대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처음엔 흥미 위주로 접근한 책이었지만 책장을 덮을 때에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웃집 사기꾼들이 날로 늘어가는 것은 사기를 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은연중에 퍼져 있기 때문은 아닌지, 정직하게 앞만 보고 가다가는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고 믿으며, 성공한 사람들은 백프로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