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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 르 브룅 - 베르사유의 화가
피에르 드 놀라크 지음, 정진국 옮김 / 미술문화 / 2012년 11월
평점 :
표지의 아름다운 여성의 그림은 눈을 떼기 힘들다.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톰한 입술의 여성은 바로 비제르브룅이다. 사실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여러 번 봤지만 나는 비제르브룅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위대한 여성화가가 그리 많이 배출되지 않던 시대에 비제르브룅은 존재만으로도 귀중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유명한 마리앙투아네트에게 총애를 받았기에 그녀는 더 유명해질 수 있었고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왕실이 아닌 보통사람들을 그린 그림을 상상해보았는데 분명 그녀는 왕실화가가 아니었더라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그저 화려하지만도 않고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가 화가여서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찍 죽었고 그녀는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그리 훌륭한 남자도 아니었다. 그는 아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류화가였지만 사업적인 수완은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녀는 여자는 들어가기 힘든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마리앙투아네트 여왕의 덕분이라고 하는데 그 까다롭다는(?) 여왕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을 보니 그녀는 세심하고 인간적인 매력도 갖춘 여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녀가 왕실과 귀족들만 그렸다는 것은 참 아쉽지만 어쨌든 그녀의 그림들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를 하게 해준다. 남편과도 이혼했고 자식의 죽음을 맞는 등 개인사적으로는 불행했지만 화가로서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비제르브룅. 몰랐던 미술사의 여성화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그녀가 그린 그림들을 구경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