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라이프 - 도시생활자의 낮과 밤
김석원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평생 서울에서 살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시인으로 길러진 셈인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며 공감할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끔 시골생활을 꿈꾸지만 볼거리가 별로 없고 곤충우는 소리가 들리는 시골에 가면 며칠 견디지도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도시인.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본다면 정말 우리들의 삶이 미니어처 모형같을 것이다. 권경용의 사진들은 참 익숙한 나 자신의 삶을 낯설게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렇게 달라 보일수가! 새삼스럽게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서 개인이 얼마나 작은 부품에 불과한가라는 깨달음이 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인간관계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도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불안하지만 또 그 익명성을 즐기기도 한다. 서로들 남과 비슷해지려고 애쓰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애쓰고.,,, 묻지마 범죄가 벌어지기도 하는 험악한 도시생활. 하지만 가로등불빛, 카페에서 들려오는 재즈음악들,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맛볼 수 있는 다양함이 공존하는 도시. 아무래도 이젠 도시인이 아닐 수는 없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도시에 살면서 한번쯤은 하게 되는 상념들을 이 책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어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얼마전 어느 섬의 원주민들이 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무한경쟁시스템에 노출되어 있지 않고 남자고 여자고 옷을 반쯤은 벗고 지내며 대부분의 일을 다 함께 한다. 도시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결코 그런 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그렇게 되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도시인의 삶은 아무래도 그림보다는 순간을 잡아내는 사진이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도시를 찍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오랜만에 도시에서의 삶을 ‘느리게’ 만끽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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