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미야베 미유키 등 뛰어난 소설가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 시간상으로 한참 전에 활약했던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삼십대인 내가 읽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의 소설이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그의 소설이 시대를 앞서 있다는 뜻이 아닐까. 대가의 작품이란 언제 읽어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 책도 시대배경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지루함없이 읽히는 이 소설의 시작은 동반자살이다. 술집 여종업원과 회사원의 동반자살. 회사원은 당시 회사 비리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다. 꽤나 힘든 상황에 처한 회사원이 자신의 자살에 그녀를 끌어들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삶에 지친 가녀려 보이지만 사실은 독한 그녀가 그를 자신의 자살여행에 끌어들인 게 아닐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나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사실 그 두 사람의 죽음은 별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마쓰모토 세이지는 소박하지만 정직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런 점이 요즘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과의 차이점일 것이다. 요즘 작가들은 한없이 높아져버린 독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느라 온갖 현란한 서술방법을 동원하지만 특별할 것 없은 평범한 형사가 정직하게 한단계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 소설의 진행방식이 오히려 신선해 보였다.

 

그냥 덮어버릴 수도 있는 명쾌해 보이는 사건, 하지만 사건에 의혹을 가진 한 사람의 형사에 의해 이 사건은 파헤쳐진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야스다’라는 인물인데 그는 늘 태연하고 자연스러워서 형사가 잘못 짚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인간의 심리는 수없이 많은 결로 이루어져 한 가지 사건은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을 하지 않지만 하나의 죽음에는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마쓰모토 세이지의 작품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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