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광채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2
줌파 라히리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이재경.강경이 옮김 / 홍시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직업이라고 말하겠다. 직업은 자아실현의 수단이고 나 자신이기도 하다. 직업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기도 하며 직업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잘못 택한 경우가 많고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행복감이나 만족도가 낮기도 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인생의 진실을 깨닫기도 하고, 비애를 깨닫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직업은 한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카우보이, 도우미, 가정부, 관광가이드...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한다. 일단 그 일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한 장 한 장 눈을 부릅뜨고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 그 일보다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기억에 선명히 남았다.

 

기억에 남는 단편들을 몇 개 나열하자면....

일단 <거위들>이란 작품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까만 피부의 미국여성이 일본에 건너와 불법체류하며 일을 하는데 점점 일이 떨어지더니 할 일이 없게 된다. 작은 집에는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굶주리던 그들은 도둑질까지 하다가 급기야 누군가는 매춘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글의 결말부분이 마음에 든다. 매춘을 하고 돌아온 디나는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일본 관련 학습서에서 봤던 가미카제특공대를 떠올린다. 자살공격 미션을 받고 이륙하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보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던 그녀는 자신이 그때 ‘어린애’였다고 생각한다.

 

<패배중독자>는 해고를 당하고 회사직원들에게 이별을 선언하며 나오기까지의 모든 장면을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마지막모습을 멋지게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그런 것을 진정 즐기는 것 같다. 어린시절에도 그는 죽는척하는 놀이를 진심으로 즐겼다. 그는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이 해고당했을 때 당황하거나 우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그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끝내 측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국의 해변>에서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여자가 나온다. 처음엔 가사도우미에게 애착을 느끼던 집주인은 가사도우미가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자 질투를 느낀다. 집주인이 그녀를 고깝게 본 것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그녀가 자신은 놓치고 만 행복을 거머쥔 것이 못마땅해서가 아니었을까. 직업의 귀천이 없다지만 여전히 현대사회는 보이지 않는 ‘신분’이 존재한다.

 

직업은 그 사람이 입은 옷이 아닐까 싶다.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은 행복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은 불행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꽉 끼고 거북하기만 한 옷을 입고 있어도 우리에겐 그 옷 때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그런 의미에서 직업과 개인의 만남은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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