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소영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나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오랫동안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사실 나는 그리 슬퍼하지 않았다. 한달여동안 병원에서 아프다가 돌아가셔서이기도 했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란 것에 대해 처음 접해 보아서 그랬던 것 같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두달 정도 되었던가.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던 것 같다. 자꾸만 할머니가 꿈에 나오고 이제 절대로 할머니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인지가 되었다. 할머니와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것부터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정성 가득한 음식들, 할머니와 나누었던 일상적인 대화....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생각났다. 인간이란 소중한 것의 가치를 그것이 사라진 순간에만 알 수 있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착한(?)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역시 가브리엘 루아다.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지루함없이 읽게 만든다. 추억과 가족의 중요성, 삶이란 살아볼만한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틈없는 서사,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진 요즘 독자들은 이런 소설이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종일관 일관되게 흐르는, 조곤조곤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분위기는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또한 나의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과 소소한 것들이 모여 완성되는 단 한번뿐인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삭막한 세상일수록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 이 책에 나오는 풍경들은 크리스틴에게만 보여졌던 것이 아니다. 우리모두 그것들을 보았지만 잊고 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유년시절의 사랑했던 사람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렸고, 그래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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