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굵지 않은 책을 한권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얼마나 많이 듣던 논술주제인가.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유지되어야 하는가. 나는 아마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답안지에 적었던 것 같은데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진 않다. 사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사람이 사형판결을 받지 않는다면 억울해하지 않을 자신도 없었다. 게다가 살인제도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면 살인을 즐기는 흉악한 범죄자들이 활개치고 다닐 것만 같아 걱정이다.
이 책은 사형제도폐지론자와 찬성론자들의 생각을 비교해 보여주는데 찬성론자들은 역시 범죄의 예방효과를 들고 있다. 사형제도는 분명히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지하고 있는 나라보다 폐지한 나라가 범죄율이 낮다. 물론 일본처럼 유지하고 있지만 살인범죄율이 낮은 나라도 있지만 말이다. 미국의 경우는 살인제도가 시행되는 주와 폐지된 주의 살인범죄율이 오히려 폐지된 주가 더 낮으니 살인을 예방한다고 말한 찬성자들의 주장이 틀린 것 같다. 대를 이어 살인 집행을 해온 사람은 자신이 살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서 인간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의 이득을 위해 사형제도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사형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종적인 차별이 사형제도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과 오심으로 인해 나중에야 그가 사실은 무죄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다. 그가 사형된 이후에야 그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나온 사람의 수가 적지 않은 것을 보니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법정최고형을 종신형으로 해야 하는 주장이 설득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흑인이 백인을 죽였을 때는 거의 사형을 당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사형을 당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고 하니 사형제도는 분명 공정한 제도는 아닌 듯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사실 나는 확실한 생각을 갖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 역시 살인자가 되는 것이니 혼란스러울 뿐이다. 신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앗아갈 수 있는 건인지... 사형제도에 대한 책을 아무래도 몇 권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