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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의 겁쟁이 탈출기 ㅣ 문학의 즐거움 38
가와후치 게이이치 지음, 김보경 옮김, 오카베 리카 그림 / 개암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왕따를 당하는 뚱보소년 모리는 다른 애들에겐 괴롭힘 당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년이다. 자꾸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괴롭히는 아이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줄 때까지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자기 나름에는 그것도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리는 동물을 사랑하고 섬세한 마음결을 갖고 있는 아이고 괴롭히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심각한 마음의 병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평가해선 안된다는 것은 모리가 마을에서 마주치는 두 명의 아저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겉으로 밝고 좋은 사람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사람이 알고보니 빈집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평소 무표정하고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 모리는 두 사람을 통해 겉만 보고 본질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운것 같고 빈집털이사건으로 인해 이전보다 더 강한 아이가 되어간다.
겉보기와 다른 것은 모리의 엄마와 아빠도 마찬가지다. 성역할이 바뀐 그들을 보고 사람들은 뭔가 특이한 부부라고 생각할 테지만 이들은 여느 행복한 부부와 다르지 않다. 모리는 아버지가 장바구니를 들고 열심히 장을 보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것이 싫고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나이든 아버지도 싫다. 그런 것들은 자신이 더 따돌림당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 같아서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것은 지나치게 계몽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아이들의 일에 어른들이 쉽사리 개입하지 않는 점이었다. 시간이 걸리지만 모리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완전한 해결점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리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더 이상 따돌림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삶의 어둠과 밝음 모두를 인식해가는 것이 결국 성장이 아닐까 한다. 따돌리는 아이들과 편견에 가득찬 사람들이 있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사려깊고 오픈된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