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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의 정원 - 히틀러와의 1년, 그 황홀하고도 고통스런 기억
에릭 라슨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것이 백프로 픽션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너무나 재미있고 빠르게 읽혔으므로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라는 것을 종종 잊었던 것 같다. 어쩌면 논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더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읽으면 괴로울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일지도.
이 책은 히틀러가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에 미국대사관으로서 독일에 파견된 도드와 그녀의 매력적인 딸 마사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이었다. 실제로 도드는 학자적인 성향의 남자로서 정치적인 야망이 있어서라기보다 역사서를 쓰기 위한 직업을 찾고 있었다. 일은 그리 많지 않으면서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책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이 베를린에 갔을 때 히틀러가 본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전이었는데 실제로 많은 유대인들이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않고 독일에 남았을 정도로 사람들은 그토록이나 심각한 역사적인 불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젊고 지적이고 매력 넘치는 미국여성 마사에게 베를린은 매력적인 도시이며 그녀는 그곳에서도 쉽게 사랑에 빠진다.
후반부로 가면서 마사와 친했던 친구들이 처형당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심히 괴로웠다. 이 이야기는 절대로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에 유대인에 대한 혐오감은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었고 히틀러가 자신의 뜻대로 하길 바라는 사람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약하고 비열한 존재인지를 실감했는데 유대인들을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고소하는 사람들 모습이 너무나 역겨웠다. 유대인들은 얼마전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했다.
마치 히틀러라는 괴물 한 사람 때문에 유대인 학살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결국 야수의 정원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인간들의 오만과 광기, 탐욕 때문이 아닐까. 히틀러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없었더라면 그런 역사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