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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 왜 99%는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크리스 레만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제목을 단 책이지만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누구나 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소리내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 않나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대학졸업을 앞두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있는 친구들이 읽으면 졸지에 기운이 빠질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두운 부분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맞다고 조금이라도 먼저 직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빵빵한 부모를 두지 않고서야 직장에서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며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평범한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일프로도 성공하기 힘든 시대라지만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루하루 저금하듯이 해나가면 언젠가는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내게 떨어지려니 기대하는 마음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쩌나.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성공같은 거 저 멀리로 던져버리고 맘이라도 편하게 살자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하지만 잔인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차피 출발선이 같지 않으니 실력만으로 살아남기엔 불가능한 시대다. 심지어 스포츠계까지 온갖 비리로 물들어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뇌물로 승부조작을 하는 스포츠를 보며 울고 웃는 대중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는 창조계급(값비싼 취미를 즐기는 두뇌노동자들) 챕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저자는 창조계급이란 분석가집단(두뇌노동자)이 좀더 강화된 개념일 뿐이고 이들은 어쩌면 딜레당트(예술이나 학문을 직업이 아니라 취미삼아하는 사람)와 다름없는 존재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이 그런 다양한 취미포트폴리오를 유지하려면 취미들에 엄청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이런 취미활동은 창조적인 활동이라기보다는 ‘소모적인’활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챕터 한챕터 읽어나갈수록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겠는가. 아무리 희망없는, 미리 승부가 결정되어있는 게임이라도 해결책을 모색해볼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