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
캐럴라인 브레이지어 지음, 유자화 옮김 / 알마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나와 세대가 달라서인지 초반부는 사실 좀 지루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일로 죄의식을 갖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사는 나라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죄의식이란 것이 무의식적인 것이라서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어려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죄의식을 갖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굳이 종교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아닐지라도 죄의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도 나오듯이 죄의식을 느끼는 나이는 생각보다도 훨씬 이르다. 죄의식은 어떤 식으로 표출되던 간에 인간의 행동과 삶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치며 잊고 있던 기억도 불쑬불쑥 불러낸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조안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사무실에서 야한잡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조안은 그것을 본 것을 후회하며 그것을 보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또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다. 조안의 친구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그들 각각의 죄의식을 보여준다. 왜 죄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그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조안의 친구 웬디는 자신의 아빠가 언니들의 아빠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죄의식을 갖는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수치심이 든다. 자신이 엄마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엄마를 비난하는 친구에게 괜히 주눅이 든다.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못한 것도, 아버지가 엄마와 헤어진것이 웬디와 아무 상관없는 것인데도 웬디는 죄의식을 갖는다. 잘못한 것 없이 죄의식을 갖는 건 조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잘못은 그런 잡지를 그곳에 둔 사람들일 텐데 조안은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낀다.

 

친구를 질투하고 죄의식을 갖는 것, 어머니가 사준 옷을 태워버리고 어머니에게 실망감을 안겨줄까봐 죄의식을 갖고.... 이런 보통 사람들의 죄의식이 하나하나 나열된다.

 

워낙에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고, 그러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라서인지 나는 이책을 읽으며 사실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죄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에 대해서 지금 이 순간 나도 무의식적으로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내가 왜 이럴까? 둔해졌나? 좀더 예민해져야겠다. 다짐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잘못은 우연히 일어나고 우리는 재앙을 피할 수 없으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참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결론이다. 조용한 숲속에서 차한잔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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