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심리학 - 표정 속에 감춰진 관계의 비밀
마리안 라프랑스 지음, 윤영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안면마비를 앓게 된 주부의 여섯 살 난 딸이 엄마에게 자기 엄마는 어디에 갔느냐고 묻는다. 표정이 없는 엄마는 어린아이에게 도무지 엄마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의 표정이 사라짐과 동시에 엄마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소통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한가지 사례다.

 

 

나는 환하게 웃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실 웃음이 관계에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몰랐고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사교적인 웃음마저도 인간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사실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사교적인 웃음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경계심부터 갖는 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짓는 사교적인 웃음을 그렇지 않은 웃음과 무슨 수로 구별하겠는가. 게다가 사교적인 웃음은 아직 말도 배우지 못하는 아기도 지을 줄 아는 것인데!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말이다.

 

 

이 책 ‘웃음의 심리학’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전달한다.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꽤나 새로운 정보들을 아주 재미있게 빠른 속도로 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좀 더 사교적이고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을 보니 최근 많이 쏟아지고 있는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딴 책들과 차별화되는 꽤나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가 짓는 표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딘가 애매한 웃음을 짓는 사람보다는 터져나오는 밝은 미소를 짓는 사람이 왠지 호감이 가고 무표정한 사람보다는 표정이 다양한 사람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어렸을 때 무표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실제로 사교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아무 사심 없는 진짜 웃음은 사람 사이의 윤활제가 되고 타인에게 행복감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웃음이란 누군가에게 해를 주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무심코 흘린 비웃음은 원한을 사게도 하고, 이 책에 쓰여진 바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환하고 매력적인 웃음으로 사람들을 속인다고 하니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을 구별하는 기술은 우리 모두가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심코 들른 백화점의 여직원들이 그날따라 꽤나 사교적인 웃음을 힘들게 짓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은 근무지를 이탈해서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다고 하니 이 웃음이란 것이 정말로 사람을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것 같다.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짓는 사람의 비애는 오죽할까.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어쨌거나 웃음은 본능임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웃음짓는 갓난아이, 친구를 사귀려고 웃는 학생, 매력적인 이성을 끌어당기기 위해 미소짓는 여자,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소짓는 직원...... 생존하기 위해 미소짓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째 나는 사랑스럽고도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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