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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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뉴기니에서, 수컷 극락조는 오직 짝짓기만을 위해 진화했고, 그 결과 화려한 깃털과 구애의 가무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새들의 깃털에 매혹된 사람들에 관한 논픽션이다. 그들 중에는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과학자들도 있고, 모자를 장식하려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도 있고, 예술적인 낚시 미끼를 만들려는 플라이 타이어들도 있고, 박물관의 박제된 새를 훔치는 것도 불사하는 도둑도 있다. 그 도둑은 새들의 구애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플투트 연주자이다. 


탐욕으로 변질된 탐미주의 앞에서, 우리는 멸종해가는 새들의 깃털이 갖는 과학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야말로 독자들을 향해 구애의 춤을 추듯이 온갖 진기한 이야기를 펼쳐보이며 독자들의 혼은 쏙 빼놓는다. 너무나 내 취향인 새와 자연과 과학과 지구와 온 우주에 관한 이 책 앞에서, 취향저격과 무장해제를 당해서 그저 얼떨떨할 뿐. 마치 온 우주가 오직 나만을 위해 구애를 해오는 듯 황홀했다.

나는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절도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ㅇ래프리드 러셀 월리스나 리처드 프럼 박사, 스펜서, 아일랜드인 형사, 독일 체펠린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지식이냐 탐욕이냐.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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