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국사기 1 - 두 천하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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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적이 아닌 마치 흥미진진한 무협지 시리즈를 완독하고난 느낌이었다. 최근 몇년사이 고구려를 중심으로한 우리나라 민족사학 저작물이 유행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삼국구도에서 중국과 일본의 정세까지를 포함시킨 본 저작물은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남다른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책의 구성은 소설과 다큐멘타리적인 요소가 섞여있어 책의 제목역시 역사소설이라 되어 있지 않고 역사해석이라 했다. 책에는 참고될만한 사진자료과 그림등이 대폭 삽입되어 보는 이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주고 있다.

각 단원의 구성은 매우 재미있다. 중국(수-당),고구려,백제, 신라, 왜(일본)의 역사적 사실이 시대순으로 배치되어 있되 각 단원마다 엇갈리게 배치됨으로 해서 수-당나라 이야기를 보다가 그 다음 단원엔 어김없이 동시대의 백제나,고구려가 이어지고 또 그 다음단원엔 일본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칫 독자들의 관심을 산만하게도 할 수 있으나 대하드라마를 보며 장면이 전환되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도 할만큼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사실 그 당시의 역사(주로 연개소문 이전부터 고구려 멸망까지)를 단 세권의 책으로 요약하기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작자는 할 얘기는 끝까지 다하면서 주요 사건을 그려나간다. 5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객관적으로 다룬듯 하나 어쩔 수 없이 고구려가 자연스레 주인공이 되면서 수양제-당태종과 영양왕-연개소문의 대결구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작자 역시 고구려가 멸망하고 신라가 삼한을 통일하게 됨을 아쉬워 하며 책을 집필한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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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술잔 나비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8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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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는 생각이 특이한 사람이다. 그의 남다른 사고방식이 그의 글을 특별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비대해진 도시가 우리의 감성을 죽여가도 보도블럭사이로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시들게 할 수는 없으며, 그 들꽃이 피어있는 한 언제나 나비는 날아들 것이라고 이외수는 말하고있다. 그리고 우리가 고개만 조금 낮추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들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한다.

나는 이 시화집을 아주 오래 전에 친구에게서 선물 받았다. 10년도 더 전인 거 같다. 그런데도 아직 그 시화집 속의 그림들과 그 옆에 놓여있는 시들에 대한 그 쓸쓸하고 허한 느낌이 남아있다. 쉬어가듯이 책을 펴 들지만 어느새 나는 한숨을 쉬고 있고 내가 이렇게 각박하게 살아도 좋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이외수의 글을 읽으면 사람마다 각각의 향기가 있다는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 상식이 새삼 소중하게 생각된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며 그렇기때문에 외로운 지도 모른다. 가슴 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이제는 조금 쉬어갔으면 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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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없다 - 기독교 뒤집어 읽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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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인간이 창조한 것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종교에 대한 정열에 찬 고증에 대해서 냉담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개신교에 대해서 냉담의 한계를 넘어 비난의 감정을 가졌던 이유는 다수파에 대한 이유없는(?) 불만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내가 이책을 선뜻 집어들었던 건 자명할것이다. 우선 제목이 맘에 들었다. '예수는 없다'라니. 이거야말로 나의 대상없는 스트레스를 맘껏 풀어줄 책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책. 초반부터 개신교에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리라했던 나의 기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작가는 예수는 없다라는 제목을 통해 예수는 존재한다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책은 현대 개신교(특히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과연 교회 안에 구원이 있을까?'라는 위험천만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작가 오강남교수는 기실 예수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평생을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그는 더 이상 성경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으로, 그 신화적 어구 하나하나를 신의 음성으로 떠받들며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중세적 거짓 종교관에 매어 살지 말자고 한다. 그런 식으로 예수를 믿는 곳은 전 세계에서 남미와 아프리카의 몇몇 후진국과 우리나라 외에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들은 방법론적 부분의 오류지적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의 주장은 결국 '인간답게 예수를 제대로 믿자'일 것이다. 신도들은 하나님을 절대자라 칭한다. 그런데 그들은 모순되게도 그들의 제한된 언어로 그 절대성을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다. 그들말대로 하나님께서 절대자라면 그 절대자의 말씀을 어찌 인간의 언어로 옮길수 있다는 말인가? 짧은 나의 식견으로는 절대자의 말씀은 믿음과 실천과 사랑으로만 나타내 질 수 있고, 이해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의 많은 부분에서 한번도 성경을 심각히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문득 비신자로서 성경공부를 좀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내가 바랬던 대리만족의 효과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책이었다. 신과 인간의 문제에 갈등하는 이뿐 아니라 인문과학 전반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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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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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327년,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은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 잠입한다. 이날부터 수도원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연쇄 살인이 묵시록에 예언된 내용 대로 벌어진다. 첫날은 폭설 속의 시체, 둘째 날은 피 항아리 속에 처박힌 시체, 셋째 날은...... 그러나 비밀의 열쇄를 쥔 책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밤마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장서관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마침내 장서관의 미궁을 꿰뚫는 거대한 암호를 풀어낸 윌리엄 수도사는...

너무도 어렵게 읽은 책이라 위와 같은 대략의 줄거리를 끄집어내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한 이책. 처음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각주해설에 무릎을 꿇었고, 두번째는 금세기 최고의 언어학자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은 언어적 유희에 굴복하였다. 앞선 두번의 실패후 세번째 도전. 책을 덮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알 수없는 오기로 버텨 드디어 성공했다. 그 뿌듯함과 기쁨이란 이루 말 할 수없이 컸다.

이 작품에 대하여 가볍게 말하면, 단순한 역사추리소설... 그러나 그 속에는 단순한 역사물로서의 전개를 거부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여느책에서 보이는 그러한 환경과 풍습에 대한 시대적 고증이외에도 작가는 이 책에서 언어라는 매개체로서 우리에게 자연스레 이 책의 시대를 읽게 해주고 있다. 그저 심심풀이 추리소설은 절대 아닌, 이 시대 필독 교양서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고차원퍼즐을 풀었을때의 기쁨을 한 번 느껴보고싶은 분이나 흥미위주의 국내외 대중소설에 식상해 있는 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단,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감상하라는 조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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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평전 - 위대한 폭군 미다스 휴먼북스 4
천징 지음, 김대환 외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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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전설적인 존재, 불로불생의 약을 찾아 수천명의 어린 소년 소녀들로 바다속을 뒤지게 만든 사람, 지금도 사람을 경악하게 할 만한 거대한 그의 묘, 만리장성을 완성한 장본인, 분서갱유로 학문과 지식인을 깡끄리 없앤 무지막지한 자.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들어만 봐도 진시황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가 세계사를 배울 때, 이 진시황에 대한 소개는 아마 앞의 서술한 그의 행로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중국 서안으로 엄청난 인파를 불러모으는 그의 존재감을 이렇게 간단하게 매김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의 백미는 당시 진,초,제,연,조,한,위나라 등지의 정치적인 상황과 진이 넓은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얽힌 실타래처럼 걸려 있는 사람들간의 관계 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아수라장 같은 전국시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누구들은 삼국지와 초한지를 재미있게 읽었다지만, 도무지 그 수많은 나라들과 제후들, 재상들 때문에 고리타분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 평전의 묘미는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 외 그 인물을 둘러싼 당시의 정황일 것이다.

더구나 진은 지금의 차이나라는 발음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비록 그 역사는 얼마되지 않아 멸망했지만, 지금의 중국의 한자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솔직히 진시황의 제위기간중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가 곧 무너졌는데, 그 짧은 기간에 이러한 많은 일이 있었다면 진시황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다. 후천적으로 난폭한 독재자를 싫어하도록 교육받은 나이기에 덮어놓고 진시황이란 인물을 경애할 순 없지만, 그가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거대한 중국대륙을 경영할 정도의 그릇을 가슴에 품었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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