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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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강준식


 나는 고등학생 때 사회탐구과목 중 한국사를 택해 공부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혹자는 내가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한국 현대사에 대해 물으면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던 적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분명 언젠가 간략하게나마 공부했던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는데,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지금이나마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에는 11명의 대통령과 1명의 총리를 포함해 총 12명의 최고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옆면을 슬쩍 살펴보면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부 비슷한 분량에 걸쳐 서술되어 있는데,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접한 학습서들 중에는 장면 총리나 윤보선 대통령, 최규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들을 깊게 다루지 않았던 책이 대다수였고(물론 그만큼 그들이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후대에 유의미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 있겠지만) 특히 최규하에 대해서는 '서울의 봄'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 정도만 남아있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통해 잘 모르던 부분들이나 잊어버렸던 부분들, 뒷이야기들도 구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어서 새롭고 좋았다.
 이 책 한 권이 그간의 공부보다 더 머릿속에 남는다고 느낀 또 다른 이유는 책의 내용이 사건이나 중요한 키워드 중심이 아닌 오로지 '인물'에 초점을 맞춰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험만을 위해, 자격증만을 위해 공부했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몇 차 개헌, 이러이러한 통일 정책, 특정 집단이 일으켰던 운동 등 다양한 키워드들과 그 내용이 제대로 짝지어지지도, 한 데 모이지도 못한 채 머릿 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나 스스로 지식들을 스토리로 엮지 못하고 당시에 그저 외우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각 대통령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그들의 성격은 어땠고, 평판은 어땠으며, 배우자와는 어땠는지, 즉 보편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실제로 그들이 후대에 남긴 결과에는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에 의한 순간적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런 부분들이 각 대통령의 공과 과를 다룰 때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맥락을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저 '옛날에 그런 대통령이 있었다더라'식이 아닌 정말 내 주변에 존재할 법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 더욱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그 동안의 엉켜있던 지식들이 다시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읽으면서 또 강하게 느낀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정말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순간의 감정이나 성격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해서도 안 되고, 악의없는 판단이 부정적 바람을 몰고올 수도 있으며, 많은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전부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등 막중한 책임과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한 소위 엘리트 출신 대통령이 반드시 위대한 업적을 쌓는 것도 아니고, 인성이 좋다고 알려진 성자 대통령에게도 공과 과가 있듯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반드시 A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참 입체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요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오는 5월 9일, 우리는 대통령 선거라는 거사를 앞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정말 시기적절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을 앞둔 현재 상황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택에 앞서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해가 잘 되는 책을 통해 쭉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추천한다. 12명의 최고 권력자들의 인생과 업적들을 살펴보는 동안, 나름대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기준이 생길 것이고 그것은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선택해왔는가? 이제,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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