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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나쓰메 소시케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서 그런지 매우 짧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페이지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듬성듬성 편집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이제 34페이지를 읽고 있지만 부지런히 읽으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만에 읽는 소설치고는 꽤나 섬뜩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만한 피서가 또 어디있나 싶다.
쓰인 모든 글들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정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타인의 피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책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증오한다.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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