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옥계곡]

 

오늘은 올여름 가장 뜨거운 날이다. 오전부터 폭염경보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푹푹 찌는 날에는 역시 스릴러가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알프스의 한 겨울 깍아 지른 계곡을 배경으로 한 소름끼치는 스릴러가 있다. 제목은 바로 [지옥계곡]이다. [사라진 소녀들]로 유명한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악의 심연을 추적해가는 스토리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나도 알프스의 지옥계곡위의 철교위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있는 느낌이 든다.

 

소설에 등장하는 알프스산맥의 지옥계곡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아가리같은 곳이다. 12월의 지옥계곡은 짙은 눈발과 함께 무시무시한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온다. 지옥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로 만든 다리는 상상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장소다.

 

십 분을 더 가자 눈보라 속에서 다리 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쇠로 만든 그 다리는 계곡으로부터 70미터 이상 올라온 지점에서 바람과 차가운 날씨에 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거센 바람 때문에 다리 위에는 눈이 거의 쌓이지 않았지만, 가느다란 고드름이 난간에 비스듬하게 매달려 있었다. 다리 길이는 30미터. 적어도 절반이라도 보려면 다리 입구까지 가야 했다.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울부짖는 폭풍에 채찍질당한 눈송이들이 로만의 옆얼굴을 스쳤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 [지옥계곡] 중에서

 

정말이지 안드레이스 빙켈만이 어떤 작가인지를 단번에 알아차리게 만드는 기가 막힌 장면 설정이다. 짧은 몇 줄만 읽었을 뿐인데 등줄기에 소름이 느껴지면서 몇 페이지를 읽는 내내 에어컨 바람과 선풍기 바람을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울부짖는 폭풍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크하하하 바로 이맛이야!!!

 

산악구조대원 로만은 121일 날이 저물어갈 무렵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발견한다. 그 발자국의 크기로 볼 때 발자국의 주인은 여자임에 틀림없다. 로만이 그 발자국을 따라 계곡위의 철교에 도착했을 때 갸름한 얼굴의 아름다운 금발소녀가 철교에서 막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로만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로만을 보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공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서둘러 철교의 난간에서 뛰어내린다. ‘완벽하고 단호한 물흐르는듯한 움직임이었다. 로만이 사력을 다해 가까스로 그녀의 한 손을 잡아챘지만 그녀는 로만의 손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 지옥계곡으로 추락하고 만다.

 

후아..... 나도 모르게 한 쪽 주먹을 꽉 쥔 채로 여기가지 단번에 읽어내렸다. 아슬아슬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장면이 눈앞에 저절로 그려진다. 소용돌이치며 휘몰아치는 눈 속에서 묘하게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가 수 십미터 아래로 소리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

 

두 시간 후 로만은 친한 친구이자 당직의사인 토비아스와 라이텐바허 경감 그리고 산악구조대원들과 함께 지옥계곡의 밑바닥에서 시신과 유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물은 이곳에 모였다가 커다란 바위들 사이를 지나 모퉁이를 넘어 3미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저수지 깊이는 1.5미터였고, 몇 군데는 소용돌이가 칠 만큼 넓었다. 그 중 한 곳으로 밀려온 나무 무더기 아래에 젊은 여자의 시체가 걸려 있었다. 길에서는 한 쪽만 보였다. 빠른 물살 속에서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팔은 보라색 상의 소매에서 빠져나온 손을 그들에게 흔드는 듯했다.” [지옥계곡]중에서

 

로만은 그녀의 눈에서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무엇이 그녀를 차가운 지옥계곡으로 뛰어들게 했는지 그리고 왜 처음 보는 자신을 그토록 두려워했는지를 알기위해 로만은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지옥계곡 위의 철교에서 뛰어내린 소녀 라우라 바이더에게는 등반을 같이하는 4명의 친구가 있었다.

베른트 린데케, 리하르트 리키슈뢰더, 아르민 촐테크, 마라 란다우.

라우라는 리키와 사귀고 있었고 베른트는 남몰래 라우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아르민과 마라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서로 사귀는 사이였다. 몇 달 전 그들은 몽블랑 산을 오르기 위한 훈련으로 주말 동안 알프슈피체산과 추크슈피체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바로 지옥계곡이 있는 산이다. 마라가 몸이 안 좋아서 라우라와 남자들만 산을 올라야 했다. 하지만 비가 심하게 내리고 라우라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져서 중간에 등반을 포기하고 산장으로 돌아가야만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리키를 중심으로 남자들은 어떻게든 예정된 코스를 완주하려고 했다. 라우라는 마침 하산하던 낯선 남자의 도움을 받으며 산을 내려오고 남자들은 등반을 계속했다. 이 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뒤로 라우라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리키와도 헤어지게 된다.

 

로만은 라우라의 장례식에서 마라를 만나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라우라의 친구들은 하나씩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라우라의 자살을 깊숙이 파해치던 베른트가 먼저 고문을 당한 뒤 끔찍하게 살해당하고 그 다음날 누군가 아르민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어두운 거리에서 볼보 승용차는 끔직한 방법으로 아르민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살해한다. 리키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교외의 오래된 건물의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알고 보니 이들을 공격하는 미지의 인물은 비가 심하게 내리던 날 등반에서 라우라와 함께 내려온 낯선 남자였다. 이 남자는 누구이며 무슨 이유로 라우라의 친구들을 처단하는 걸까.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나머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스릴러의 묘미는 범인이 누구이며 범행 동기와 수법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읽는 내내 서늘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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