듕귁과 오렌지 : 고운기의 유유자적 역사 산책
고운기 지음 / 샘터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고운기, 『듕귁과 오뤤지』, 샘터, 2008.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과 형식면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제인 ‘고운기의 유유자적 역사산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개와 평을 달고 있는 것이기에 마냥 생각없이 읽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작가는 이 방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오랜 성찰을 한 듯 보인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그 본질,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을 요약적으로 제시해주는 방식을 취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장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국어를 전공한 입장에서 이 책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정말 읽기 쉬우면서도 할 말을 충분히 다 하고 있는 아주 멋스럽고, 경제적이기까지한 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좋은 내용,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추고도 번역의 문제, 역자의 문장력 부족 등이 아쉬웠던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과찬이 아니라는 것은 읽어보면 알 것이다.




  차례는 ‘동북공정의 질긴 역사 / 아이들이 절로 간 까닭 / 정철 그 사람,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 18세기의 욘사마 이언진 / 장구와 소고 / 동대문 구장의 추억’ 등 시대와 소재를 아우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책(오웬지를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누군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이 아니었다. 평하자면, 다방면에 박식하고, 하나하나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오래 성찰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학문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책이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원 세상에, 내가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만들었단 말인가. (7쪽)

- 높은 산은 그림이나 그리라고 거기 서 있지 않다. 긴 물은 노래가 부르라고 유장히 흐르지 않는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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