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본가
김형준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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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해가 뜬다. 별이 진다. 그리고...비가 내린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사용했던 말이 다...주체가 없는 것을 주체가 있는 것으로 써 왔다. 그리고  자연 안에서 주체의 자리에 인간이 오면서 자연과 분리된 존재,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존재가 되버린다.  

모아이 석상 위에 서있는 주인공에게 건너편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에서 비가 어디 있나고 한다. 내리는게 비지...아무 생각없이 그냥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우리가 비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을 뿐이다. 아 하! 이 화두는 정말 신선하다. 이 그림책 매력있는걸?

그리고 이 장면을 여러번 보니 자연을 대하는 서양적 사고방식과 동양적 사고방식의 대립을 보여주는 듯 한다. 물론 서양의 사고방식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서양의 문명 발전은 상대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왔던 동양의 그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가졌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한번 두번 세번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점점 빠져든다.

첫 장에서 똥물을 뒤집어 쓴 주인공이 밖으로 빠져 나와 이 화두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잠깐 보여주고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는 돌아간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그 다음에 배경과 주인공이 보인다. 그동안 나는 그림책을 보더라도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림은 부수적인 것으로 넘겨버린 적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그림책은 구성이나 그림도 유심히 보아야 한다. 곳곳에 코드가 숨어 있다. 그리고 작가가 배치해 놓은 그림 곳곳의 코드도 내 나름대로 찾아본다.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은 뒤 비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세상을 초록색으로 물들인다. 왠지 회복되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 같다...그럼 처음에 파란색 비는 뭐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의미들을 생각해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이거 뭐지? 나 큐레이터가 된것 같다.

똥물에 잠겨 있는 인간 문명의 결과들 하지만 인간이 벌여놓은 파괴적 행위에 덧없이 무너지거나 잠겨버리고 만다. 우리는 인간의 최첨단 기술력으로 이룬 것들을 당당하게 자랑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덧없이 무너져버리는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즉 자연을 잊어버리고 산다. 신선한 공기, 깨끗한 물, 들판, 산, 나무 등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무참히 파괴해버리고 이용한 결과는 지금 어떠한가?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겸허한 태도와 자연과의 공존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생각해야 할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 친구, 동료, 부모님, 선생님 등 어떤 조합도 좋을 듯 하다.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생각이 자라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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