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과학 여행 1 - 교양있는 우리아이 1
미하일 일리인 지음, 임 나탈리야 옮김, 황기홍 그림 / 우물이있는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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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을 고르다보면 무늬만 ‘아이들 책’인 책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싶은 무언가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는 책들, 근엄한 선생님이나 근엄한 어른의 표정을 살짝 감추고는 근엄한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입에 쓴 약 같은 책’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나는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집에 가만히 있으면 조카들이 옆에 다가와서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을 것 같은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를 테면 “왜 석유는 불을 붙이는데, 물은 불을 끄나요? 사람은 왜 항상 물을 마셔야 하나요? 빵은 왜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가요? 그리고 빵의 부드러운 속살에는 왜 구멍이 뚫려 있나요?......” 등등

이 책을 쓴 일리인은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을 해 본적은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들과 더불어 노는 것은 해 본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도 몰라? 혹은 몰라도 돼!’ 같은 무책임한 어른들의 발언을 하지 않기 노력을 기울인 사람임에 분명하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기는 힘든 사람이지만 이 책 덕분에 그런대로 인정받지 않았을까......^^)

내 아이들이 원소기호나 과학자들의 기이한 행동과 관련된 이야기, 단편적 과학지식을 줄줄이 외우는 것이 좋다면 아무 과학책이나 보게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 궁금증에 답하고 싶다면 “우리 집 과학여행”을 읽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의 엉뚱한 생각을 무시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질문이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스스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테니까.

이 책을 덮으면서 두 가지를 알게 됐다.
하나는 입에 쓴 책, 몸(?)에 좋겠지. 그러면 뭘 해! 먹지를 않는데.
그리고 두 번째는 나의 안목이 아직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 (조카들이 열심히 돌려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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