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ㅣ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50세 딸과 80세 엄마가 한 달 동안 남미를 돌아다닌 첫 번째 여행, 여행에 돌아오고 나서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마지막 7개월을 함께한 두 번째 여행,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삶과 만나는 세 번째 여행을 딸이 글로 남겼다.
50대 여성 두 명과 80대 여성 한 명이 남미 여행을 떠났다. 꽤 무리가 되는 일정일텐데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쳤다. 엄마가 소변을 잘 못 눈다고 했을 때도 딱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기력이 떨어져도 나이가 있어서 그러겠거니 했다. 여행에 다녀오고 다음날,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중년 노년이 함께한 잔잔하고 느린 여행 기록을 읽으며 나중에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이 책에서 많은 감정이입을 받은 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함께한 7개월의 시간이었다.


엄마를 보낼 수 있는 때가 있을까, 엄마 없이 살 수 있을 때가 있을까.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세 남매지만 마치 자신만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걸 슬퍼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일상을 거의 포기하면서 엄마와의 시간에 매달리지만 남동생과 언니는 사람에게 맡기라고 하고 병원에 가기 싫다는 엄마의 말을 존중하지 않고 보내라고 아우성이다.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은 자기에게 있지만 암 진단을 받은 순간 결정권은 배우자 혹은 자식들에게 위임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정신이 온전할 때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아파서 그렇다는 이유로 환자 본인의 의사와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게 슬프게 느껴진다.

엄마가 외할머니가 54세에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우리 엄마가 54살이 되는 날이 멀게만 느껴져서. 어느 순간 엄마가 건강에 집착을 하셨다. 자기도 엄마처럼 54살에 죽을까봐 그런다고 했다. 할머니는 72세에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 아빠는 고아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죽음에 충분한 나이는 없다.
몇 년을 엄마와 함께 하게 될까. 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시작으로 이후 계속 떨어져 지냈다.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 함께 하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그리워하지말고 늘 함께 하고 싶다. 이럴 때는 내가 능력이 있어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가정 하나 이루어 지키기도 벅찬 세상에서 자식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보다. 후회가 될 거란 걸 알면서도 내 자식을 먼저 챙기고 있으니 원.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나서부터 쭉 봐온 엄마였기에, 엄마 이전의 삶이 있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가끔 목욕탕에 엄마와 함께 갔을 때 엄마의 예전 삶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했었다. 아, 엄마도 엄마 이전의 삶이 있었구나. 그랬던 나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바라왔던 삶이 있었는데 내아이를 낳고 보니 나도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남긴 일기의 기록을 통해 엄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작가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살아계셨을 때 목소리로 듣지 못해 안타까운 생각도 함께 든다. 엄마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시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내 가정을 돌보느라 엄마가 자식 생각하는 만큼 생각을 못하는 현실과 내 자신이 밉다. 평생 자식을 기르느라 똑똑하고 능력이 출중했던 엄마가 막무가내 아버지를 참아내며 살아왔는데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남겨두고도 저 삶을 찾아가는 언니와 남동생을 보며 미운 마음이 들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거라는 오만과 부모 생각만큼 자식은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반성과 슬픔이 밀려왔다. 나의 세 아이가 내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러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어서...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 이해인 수녀가 소개를 했다. 이 두껍지 않은 책을 읽으며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결혼하고 나서 신경을 많이 못 쓴 것 같아 죄송스럽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엄마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