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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평점 :

일, 연애, 결혼, 역할에 수시로 울컥하는 여자의 말하기
읽으면서 많이 울컥했다. 페미니즘 책이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마다 참 힘들다. 애써 무시하며 버티며 살아오다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 쓰러져 버린다. 싸운다는 표현이 딱 맞다. 옳은 소리를 하면 귀를 닫아버린다. 그것은 소리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투명해진다. 이 나라에서 싸움은 지친다. 쌍방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외침이다.
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방편일 뿐이다.
이혼률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곤 해도 아직도 이혼남에 대한 시선보다 이혼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자식때문에 참고 사는 여성이 없었으면 한다. 결혼도 이혼도 그저 선택의 하나 일뿐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가부장제 틀에 살며 자신도 모르게 희생하며 사는 여성들. 우리 모두 다 귀한 자식이지 않나. 좋은 남자 찾기 힘들면 혼자 살아도 되고, 어쩌다 결혼했는데 좋은 남자 아니면 갈라서도 된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싫은 건 아니다. 엄마 역할로 주어지는 과다한 몫들이 싫다. 엄마 역할을 하는 동안은 내가 나 같지 않다. 그냥 밥순이, 그냥 아줌마다.
엄마가 되려고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엄마가 된다면 기본적인 권리의 박탈은 물론이거니와 엄마 역할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와 사랑하는 그를 닮은 아이를 낳았다는 행복도 크지만 치뤄야 할 댓가도 엄청나다. 저자 말대로 밥순이라고 느껴질 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 같다. 우울해도 내 새끼 밥 해야 한다. 그게 엄마다..
밥에 묶인 삶. 늘 떠남의 욕망에 시달린다.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바다 되어 출렁이고 마음만은 지중지중 물가를 거닌다.
배 아파 낳고 젖 물려 키우고 그놈의 모성애 때문에 나를 희생시킨다. 내 인생 가장 화려할 수 있는 20대 후반부터 20년은 도려내고 살아간다. 20년을 도려내고 마흔 후반이 되었을 때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희망조차 없으면 이제 육아 전반전 시작했는데 달리기도 전에 주저 앉아버릴 것 같다.
밥을 위한 삶.가치를 추구하는 삶. 이분법적으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노동과 삶이 분리된 처지가 사람에게는 폭력적이다.
명함과 소속이 없으면 이리저리 치인다. 직장 다니는 여자가 살림하는 건 당연시되지만 살림하는 여자가 공부하는 건 수시로 이유를 추궁당한다.
엄마의 삶에 대한 부분은 상당수 공감하지만 이 책에 100% 공감하진 않는다. 특히 홍상수 감독 이야기.. 본처는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게 옳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랑은 본능이고 자유니까 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을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