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자를 쓴 여자
장병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벨자는 종 모양으로 생긴 유리 그릇이다. 실비아 플라스 라는 미국의 여류 시인이 쓴 소설에 벨자를 쓴 여인이 등장한다. 그 여자는, 벨자 속에 갇혀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과 접촉하지 못하는 갑갑한 상태를 벗어나 보려 애쓰지만,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이 소설은 불륜소설이다. 바이올린을 켤 때 가장 행복한 여자 진희. 무능력한 아버지 밑에서 외로이 살았던 성준. 그 성준은 항상 외로웠기에 엄마라는 존재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을 하고 남편 뒷바라지 해주는 존재라 한다. 서로 다른 모습에 끌려 결혼을 하게 되지만 성준의 일방적인 희생강요로 진희는 시들어간다. 바이올린을 켜고 싶다는 진희의 말에 진희 눈 앞에서 아끼는 바이올린을 부셔버리는 남자. 돈 벌어다주는데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냐고, 누가 돈을 열심히 버는데 자꾸 그딴 바이올린 이야기나 하냐며 진희의 꿈을 박살내버리는 남자.. 얘기라도 할라치면 듣기 싫은 말에는 막말과 폭력으로 받아치는 남자. 순하디 순한 진희는 반항 한 번 해볼 생각하지 못하고 다 견디며 살아낸다.  그러다 피아니스트 지후를 만나 자신 그대로를 응원해주고 바라봐주는 그에게 끌리게 된다. 무려 삼 년 이란 시간 동안 불륜을 저지른다. 그 불륜 과정에서 진희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잘 표현되어 있다. 불륜은 무조건 나쁜 거지만 무작정 진희를 욕할 수가 없었다. 진희와 성준은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혼하고 떳떳하게 만나지! 할 수 있지만 이미 아이가 둘. 내가 살자고 아이 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던 거다. 아이들만 보고 참고 살자.. 이렇게 살아온 우리 윗세대 어머니들이 많을 거다. 하지만... "나"라는 자아를 죽이면서까지 그렇게 희생하며 살아야할까? 불륜 소설이지만 불륜 문제를 빼고서 이런 남자와 자식 때문에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아빠랑 멀어지면 엄마도 행복하잖아? 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단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한 사람만 계속해서 참고 인내하는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옳은 걸까. 정말 가부장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성준에게 총을 쏴버리고 싶었다. 불륜 사실을 들키고 진희가 제발 자기를 버려달라고 하는데도 성준은 더 괴롭게 할거라고 복수할거라며 절대 이혼은 안해준다 한다. 그 소리 듣고 진희는 정신없이 차를 몰다 큰 사고까지 당하고...
(반전은 불륜 사실을 알고 진희에게 손지검까지 했으면서 자신도 다른 여자랑 바람 핌..)
요즘은 이혼이 흔하다고 문제라고 하지만 이 소설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혼을 해야한다.  결국 지후와도 헤어지고 혼자 사는 삶을 택했지만 지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치매가 온 진희..정말 죽기직전까지 너무 불쌍하다....ㅠㅠ

바이올린만을 제하고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어째서 진희는 고마워하지도 않고, 그의 것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인지. -115p

와이프가 물건인가 자기 것이라니. 바이올린이 거의 전부인 진희에게 바이올린을 제하고 다 하게 해주니 고마워해야한다는 발상도 참 놀랍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