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세 번 맨 오쿠바
유채림 지음 / 새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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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집사장이 작가라는 사실에 재미가 있었지만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는 것 같았다.
군사독재시절 이렇게 고문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희생된 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것이 불과 100년도 안된 시절에 생긴 일이니 세상이 참 무섭다싶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어 고문에 의한 자백으로 아동 강간 살해범으로 무기징역으로 감옥에 간 오쿠바(어금니) 무죄 판결 받기 위해 전직 부장판사 출신이 나서지만 결국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살인자로 살아간다. 노무현정권으로 바뀐 후 재심이 받아들여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때 그의 나이 일흔일곱. 잃어버린 40년은 어쩌란 말인가.

오쿠바란 일본어로 어금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쿠바 아버지가 치과의사였기에 붙은 별명. 오쿠바의 인생이 주르륵 파노라마처럼 나열되어있는데 6.25 전쟁 내용에서 이승만이 국민을 버리고 토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서민들을 묘사해놓았는데 무책임한 정부 놈들 때문에 나까지 화가 났다ㅠㅠ... 군대를 피하기 위해 신학대학에 입학해서... 교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몰랐던 내용도 있고.. 중간 중간 성경 말씀 구절 보며 배우기도 했다.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읽을 기회만 되면 책을 집어들었고 단숨에 읽어나갔다. 마지막 여기자가 무죄판결 받고 나오는 오쿠바를 보고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신의 은총을 받은거 아니냐는데..
"그건 나한테 욥기적 고백을 하라는 것과 같네요. ... 오늘의 무죄판결, 그건 신의 은총이 아녜요. 만에 하나, 무죄판결이 신의 은총이면 지나간 40년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불행은 물물이 일어났고, 내 삶의 정원은 폐허로 변했어요. 40년을 능가하는 축복이나 은총, 인도, 그런 건 없어요." 라고 말을 했다. 참, 슬펐다. 또 중간에... 오쿠바가 전쟁의 참혹함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악이 신을 압도했다. 완전자인 신이 창조한 세계 안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선악과를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 불완전성의 신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분노와 원망과 두려움과 슬픔을 안고 죽어가는 인간을 신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 무기력한 신을 왜 믿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 밤하늘의 별 같은 표상일 뿐인 신을 두고 우리의 구세주라고 어떻게 전파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구절이 나온다. 삶의 방향과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신이 있으니 신을 믿으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요즘은 예전같은 고문은 없다고 믿고 싶지만...  군사정권 시기에 저런 일들이 비일비재라니.. 대한민국 역사가 부끄럽다. 죄 없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뒤집어 씌우고 지들은 특진하고! 그것도 다 힘없는 사람들. 하-

7번방의 선물 정원탁(오쿠바)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 싫은데 실화라니. 정말.. 오쿠바가 너무 불쌍하다. 맨 앞에 살인죄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오도 불쌍하다. 친일파와 국민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것들, 정말 다 벌 받았으면 좋겠다.

생과 사의 불확실성, 전쟁은 그런 거였다.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 난폭성이 전쟁이었다.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건, 그 사람을 더 나빠지게 만드는 겁니다. 그는 적어도 이래야 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대하면 그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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