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 출신의 작가. 읽으면 읽을수록 고향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많이들 알지 못하고 심지어 아는 사람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과 화를 많이 표현해 놓으셨는데 나도 몰랐던 사건이라 부끄러웠다.
나라에서 4.3 사건에 대한 내용을 표출하지 못하게 하였고 이제는 그 사건을 누구나가 얘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몇십년 전 일어난 사건이라고, 그냥 과거일 뿐이라고, 2년이 지난 세월호 사건도 지겹다고 그만 좀 하라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 표면상으로 들어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제주에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추억이 있고,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육지사람들과는 떨어져 섬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잘 살았는데 섬 인구의 1/3 이 학살당했지만 아는 사람은 없다. 작가가 4.3 사건에 대해 알리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우리 모두 죽음을 두려워 한다. 자연에서 태어나 죽어 다시 자연의 한 원소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죽음. 작가는 죽음과 가까워 질수록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편안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또한 자극적인 글, 영상 등에 문학이 묻혀 서서히 잊혀져 가는 현실에 개탄한다.

나도 작가의 마음가짐처럼 늙은이의 삶을 살고 싶다. 내 얼굴의 주름을 내 나이를 감추기 위해 시술을 받거나 겉모습을 치장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며 식물, 동물들의 이름을 불러주어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여러 인연을 만들어 의미없는 시간 죽이기를 하지 않고 소중한 인연들과 귀중한 시간을 보내며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내 몸의 신호를 오롯이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그 길을 걷고 싶다.

노년은 도둑처럼 슬그머니 갑자기 온다. 인생사를 통하여 노년처럼 뜻밖의 일은 없다. ... 특히 정년을 맞아 일에서 쫓겨났을 때, 노년은 더욱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평생 시간에 쫓기면서 시간의 노예로 살아온 탓에, 이제 그 시간에서 해방되었음에도 전혀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하게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너무다 많은 시간이 백치의 공허한 표정으로 밀려온다. 일이 빠져나간 빈껍데기 시간들, 그 공허한 시간 속에 전에 없이 자주 출몰하는 것은 죽음의 그림자다.


밑물의 끝은 죽어가는 자의 마지막 숨을 부드럽게 덮어주고, 썰물의 시작은 태어나는 자의 최초의 숨길을 열어준다.
글 쓰는 자는 어떠한 비극,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독자에게 확신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각성이 생겼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무도한 삽질을 이제 그만두라. 강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더 이상 가로막지 말라. 강은 피폐한 도시인이 지향해야 할 정신적 지표로서 순수하게 존재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