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65페이지에 끝나는 두꺼운 책
지도 위의 인문학? 지도? 우리는 어디를 가기 전에 항상 네이버지도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고.. 버스를 몇번 타야하는지, 지하철은 몇분 뒤에 오는지, 또는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가라는 데로 따라만 가면 된다. 분명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여행갈때면 운전하시는 아빠 옆에서 엄마가 몇번이고 접었다 편 구깃구깃한 지도를 펴서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며 길을 찾아다녔던 것 같은데. 그 시대에 그랬던 50대의 나의 부모님들도 이제는 네이게이션이나 핸드폰으로 아주 쉽게 길을 찾고, 목적지를 향해 간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은 
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시대별)-지도의 나라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지도 변화과정(정확하게 다채롭게!)-거짓 지도-보물섬-남극-런던 지하철 노선도 탄생- 가이드북 탄생-판타지 속 지도-지구본 만들기-GPS&네비게이션 탄생-게임속 지도-구글(나를 지도화하기) 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예전엔 어떻게 탱크폰을 사용했을까,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 처럼 지금은 당연하게 의지하며 사용하는 지도가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다.
지도는 단순한 '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지도에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단서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도는 인류의 역사를 서술하고 재편한다. 지도는 발견과 호기심, 갈등과 파괴 등 인류의 가장 훌륭한 속성과 가장 나쁜 속성을 반영하며, 역사적으로 힘을 가진 세력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준다. 

신기하게도 최초에 지도는 상상력을 시험하는 과제였다고 한다. 사실상 지금처럼 편리한 교통수단이 없었을 때 어떻게 가보지 못한 곳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 지도 제작자도 본인이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 그리기도 하고, 또는 상상해서 멋대로 그리기도 한다. 빈 공간을 동물으로라도 그려놓았다고 한다. 거짓말로 그려놓았던것이 한참동안이나 지도 속에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영화가 아니다. 실제로 보물섬이 그려진 지도를 따라 보물을 찾아 나선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지도의 'X' 장소엔 보물이 없었다. 진정한 보물은 그들이 겪은 경험이었다. 그들은 지도와 꿈을 좇았고, 더 가난하지만 더 현명해진 채로 돌아왔다. 

지도 속 하얀 부분, 남극 반도를 찾아 죽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정확히 누가 최초로 남극 반도를 보았는가 하는 문제는 여태 추측의 대상이라고 한다.
지도는 더 이상 하얗지 않다. 이제 우리의 도전은 그 대륙에 가닿는 것이 아니라 그 대륙을 구하는 것이다.

레스토랑 평가 잡지로 유명한 미슐랭(미셀린)가이드의 탄생도 나온다. 원래 이슐랭의 지도와 가이드북은 공기 타이어를 팔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되었고, 자동차 운전자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자에게도 많이 팔렸다고 한다. 미슐랭의 지도는 재미를 찾아 나선 여행자를 주유소와 정비소로 안내했고, 이후에는 식당과 숙소로도 안내했다.

초등학교에서 쉽게 보았던 지구본의 탄생비화도 담겨있다. 완성본만 본 우리는 지구본의 탄생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여행하고, 책상에 앉아서 세계를 구경하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지하철노선도, 가이드북, 지구본 제작자들의 실패와 노력을 알 수 있다. 

GPS가 탄생했다. 이제 어디론가 움직이는 물체라면 거의 무엇이든, 괜히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고 자동으로 방향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GPS는 바보들을 위한 군사 소프트웨어다. GPS 기기는 운전에서 재미와 괴로움을 둘 다 빼앗고, 지도에서 도전과 보상을 둘 다 빼앗는다. 그 작은 상자는 우리에게 지도가 클 때는 얼마나 큰지를 잊게 만든다. 우리 뇌는 정보 처리가 더 어려워졌다. 커다란 종이 지도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갈지를 머릿속에 입력하기에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이 후 네비게이션이 탄생했다. 네비게이션의 인기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우리가 전통적인 지도의 즐거움과 도전 정신을 망각한 채 딴 사람이 지도를 읽어주기를 바라게 된 탓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게을러져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계기판의 지도를 보면서 운전할 때나 휴대 전화의 지도를 보면서 걸을 때는 주변을 둘러보거나 위를 쳐다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위성 항법 장치로서는 승리를 거둔 것이겠지만, 그 대신 우리는 지리, 역사, 항법, 지도, 사람 간의 소통,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잃어버렸다. 

인기를 끌었던 게임 이야기도 나온다. 게임에는 하나같이 지도가 배경으로 나온다. 게임으로 우리는 가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짜릿함을 느끼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닐까? 

지도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사람들이 맨 먼저 찾아본 곳은 어디였을까? 자기가 사는 동네라고 한다. 사물의 큰 틀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이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또한 그것은 구글의 디지털 지도가 대표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도 제작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지도화하는 것', 즉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즉각적으로 사용자를 가져다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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