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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위로 - 밥 한 끼로 채우는 인생의 허기
최지해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다시 나만의 맛집의 기준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먹는 즐거움과 경험을 주는 곳이면 좋을 것 같았다. 투박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과 서로를 알아보는 관계가 있고, 무엇이든 음식에 대한 주인의 철학이 있는 식당이라면 더 좋다. 세련되지 않은 노포라도 한곳에 오랫동안 자리한 이유를 듣게 된다면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듯도 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먹고 사는 일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 젊은 날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다름없다. 빈약한 샌드위치의 경험 덕분에 지금의 속이 꽉 찬 풍성한 샌드위치를 더 감사히, 귀하게 여기며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니 말이다.
고춧가루에 당신의 근심과 걱정을 몽땅 넣어 버무리는 것이 엄마가 살아온 방식이라면, 냉장고가 터져 나가도 나는 엄마의 김치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은 남편이 장모님께 김치 담그는 방법을 물어 직접 담가 보자고 했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엄마가 담가 주는 김치를 오래도록 먹고 싶다.
7년간 '한살림서울생협'에서 근무하며 잘 먹고 잘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은 최지해 작가가 쓴 <식탁의 위로>라는 제목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대전에 살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한살림을 애정을 갖고 자주 이용했었는데 이사오고 나서는 차로 가야하는 거리라 쉽지가 않다. 우리가 사는 음식들은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누가 재배했고 누가 수확했으며 어떤 경로로 얼마만의 시간을 거쳐 이 마트 매대 위에 올라와 그것을 내가 선택해서 우리 밥상에 올라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의 노고는 알지 못한다. 언제나 깨끗하게 손질해져 있는 상태의 재료들만 보기 때문이다. 간혹 뉴스에서 채소값이 폭락하여 눈물로 처분한다는 기사를 봐도 우리가 이용하는 마트에서는 전혀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무슨 장난인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국산의 힘!'하며 웃는 농부들의 얼굴을 내걸어 재료를 판다. 하지만 농사가 그리 쉬운가. 농사가 너무 잘 되었는데 판로를 뚫지 못해 자살한 부부의 사연을 보면 농사가 잘 된다고 능사가 아닌 듯싶다. 한살림을 이용했던 이유가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소비하자, 농부들에게 좀 더 이윤이 남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아무래도 농부들에게 좀 더 이윤이 돌아가면 그만큼 애정과 정성을 쏟아 작물을 재배할테니 말이다. 요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여성이 차지하는 가사일은 귀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집안일이 해도 해도 하기 싫고 애정이 가지 않는 건 그림자노동이라 그렇다. 요리도 그중에 하나. 하지만 <식탁의 위로> 제목처럼 잘 차린 정성스러운 식탁 위 음식으로 인해 위로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늘 빠지지 않는 건 엄마의 밥상 이야기. 역시나 최지해 작가도 엄마가 늘 물었던 '밥은 먹었니?'가 단순히 '밥을 먹었냐'는 질문이 아님을, 일하며 육아하는 바쁜 와중에도 꼭 압력밥솥으로 갓 지은 밥을 내주고 밑반찬과 국까지 내었던 엄마가 대단한 일을 해냈음을 안다. 아이들이 밥을 남기거나 잘 먹지 않을 때 이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힘들게 농사지은 사람들을 생각하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생각하고 우리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되어주는 재료들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잊지 않아야겠다. 중간중간 제철 재료로 만드는 건강 레시피를 참고해서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