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는 그대에게
이정화 지음 / 달꽃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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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당연하고, 평범하며, 자연스럽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마치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의 가장 가까이에 붙어있는 가족처럼. 나의 몸과 마음에 촉촉하게 젖어 있다.

p22

나는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었다. 양손에 달걀을 하나씩 잡으면 두 개를 얻을 수 있겠지만, 두 손으로 하나의 달걀을 감싸면 건강한 병아리를 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니.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사랑하며 마침내 꿈에 닿을 수 있도록.

p30

인간이 만들어 낸 선을 고집스럽게 보지 말고,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지켜낸 획을 사랑하라고. 아주 천천히 그렇게 자연을 닮아가길 바란다고.

p44

이 세상에 무제로 태어난 생은 없다.

내 삶의 여유를 누군가와 소통한다면 세상은 더욱 예술에 가까워질 것이다.

p71

"평생 힘들고 처절하지 않아봤다면 예술가라고 할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꺾인다. 아름다움을 갈구해야 하는 예술이 처절해야만 하다니, 처절하다. 찬 바람만 세차게 부는 깊고 어두운 겨울밤 같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p151

예술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살리지도, 세상을 구하지도 않기에 어쩌면 별 쓸 일이 없다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칠 마음들을 잠시 돌아볼 수 있게 하며, 순간을 영원함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여 세상을 더욱 세상답게 한다.

p198

7살에 처음 붓을 잡았다는 서예가 이정화.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아 서예가가 된 이정화는 당연하고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님은 아무래도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알기에 다른 전공을 하길 바랐지만 좋아하는 걸 깊이 배워보고 싶어 서예를 선택했고 경기대학교에서 전공했다. 나이가 올해 서른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마치 더 오래된 연륜이 묻어나는 기분이다. 자연을 벗삼고 집중하며 사색하는 삶을 살아서일까. 여전히 그녀는 아날로그를 사랑하며 외면받고 있는 한국의 서예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것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는것이 쉽지 않은데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말한대로 사람이 만든 선을 고집스럽게 보지 않고 자연이 오랫동안 지켜낸 획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자연이 없으면 인간이 살 수 없음을 알지만 문명의 편리함 속에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어쩔 수 없이 종이에 먹을 묻혀야 하는 서예기에 나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갖고 있는 서예가 이정화. 거대한 자연 속에 미물 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작은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것(자연)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 서른 살이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에세이였다. 역시 그저 숫자만 늘어난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나 또한 편견을 갖고 살지 않았나. 젊은 사람이 쓴 에세이는 다 유치할 거라고. 잘못된 생각을 깨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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