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티피는 전 남자친구 저스틴이 바람이 나서 차이고 난 후 집에서 쫓겨난다.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이 돈이 많지 않다. 그러다 셰어하우스를 알게 된다. The Flatshare.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셰어하우스가 아니었다. 한 침대를 다른 시간에 공유하는 것. 리언의 여자친구 케이가 대리인으로 티피를 만나고선 합격(?). 그렇게 새로운 남자 리언과의 동거 아닌 동거, 룸메이트 생활을 함께 하게 된다. 리언은 나이트 근무만 서는 간호사고 티피는 편집자다.

병원 환자들이 리언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그는 꽤 자기만의 견고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인가보다. 변화를 꾀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그런 그가 룸메이트를 들였고 심지어 웃기까지 한다.

결코 마주칠 일 없다는 계약 하에 불편함 없이 살게 된다. 그러다 포스트잇 메모를 주고받게 된다. 사실 메모 주고받는 대목에서 혼자 설렘이 폭발했다. 리언의 여자친구 케이는 리언을 이해하지 못한다. 리언의 동생 리치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서 동생 면회도 가야하고 신경도 써야하고 애정 하는 환자의 정신적 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는 모습을 보며 질투를 느낀다. 위태위태한 둘의 관계는 파하게 되고, 티피는 전 남자친구 저스틴의 공포스러운 스토킹 행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티피는 가스라이팅 피해자다. 그녀는 그걸 자각하지 못했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버리면 버림받고 그가 찾으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 악순환에서 그녀는 잘못됨을 느꼈다.

티피와 리언, 리치, 케이, 모와 거티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티피를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 레이첼과 모, 거티를 보고 있자면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전 남자친구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서서히 상대방의 인식조차 개조시킨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자기 스스로 상대방을 조종하려 들고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뻥! 폭발하고 만다.

티피와 리언의 썸 타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해진다. 포스트잇으로 주고받는 내용의 변화를 보면서 혼자 키득거리고 있달까. 서로 안달 나있지만 아닌척하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자면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 서로에게 쏴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래간만에 가을과 어울리는 제대로 된 달달한 로맨스소설을 읽었다. 영미권 소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위하는 모습이 예뻤다. 500페이지가 되는 결코 얇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단숨에 읽어내려 영화 한편 보는 기분이었다.